MBK파트너스 '경영권 분쟁' 참전에 비판 여론↑"기업사냥꾼의 약탈적 M&A 시도 멈춰야" 지적울산시는 주식매수 운동, 국회선 국감 소환 예고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시도를 놓고 회사 안팎에서 '약탈적 M&A'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고려아연은 지난 18일 박기덕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공개매수는 비철금속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로 판단된다"면서 "이번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도 거들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50년간 근로자의 피땀과 헌신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고 한다"면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약탈적 공개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공장을 둔 울산 지역 정치인도 힘을 보탰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울산과 함께 한 향토기업이자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회사 지분 매집에 나선 데 따른 발언이다. 영풍은 보유 주식 절반에 1주를 얹어 MBK파트너스에 넘기는 한편, 공동으로 지분 6.98~14.61%를 추가 매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영풍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과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 지명권을 가진 MBK파트너스 주도로 새 판을 짜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그간 영풍은 장 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 씨 집안이 맡는 등 균형을 유지했는데,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우호적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주력 사업이 부진한 영풍이 고려아연에 현금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했으나, 고려아연은 장기 투자에 나선 게 불씨가 됐다는 전언이다.
현재 외부에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약 33.13%의 지분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본다. 때문에 공개매수의 성패 여부에 따라 그 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
이 가운데 여러 이해관계자가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른바 '기업 사냥꾼'으로 통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에 기인한다. 전례를 봤을 때 기업 가치를 높여 다른 주체에 되팔 것이란 인식에서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한미캐피탈부터 KT렌탈,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ING생명, 홈플러스에 이르기까지 과거부터 다방면의 기업에 손을 뻗었고, 적절한 시기 일부를 시장에 내놔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2016년 1조1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두산공작기계를 2022년 디티알오토모티브로 2조원대에 매각한 바 있다. 따라서 이들이 추후 고려아연 지분을 놓고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을 것이며 인위적 구조조정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중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뿐 결국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엑시트 차원에서 지분을 내놓을 때 영풍 측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중 누구도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 고려아연은 매각 기로에 놓일 수 있다"면서 "기간산업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분위기도 심상찮다. 야당을 중심으로 올해 감사를 통해 고려아연 사태를 진단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파트너스는 기업 지배구조와 재무상태 개선, 효율성 향상 등의 명분을 앞세워 공격적인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논란을 야기해 왔다"면서 "인수 후 기업의 알짜 자산을 팔고,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했으며,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 투자를 대폭 줄이고, 근로자들을 대거 해고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희승 의원은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 위탁운영사에 선정된 것을 놓고도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과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투기적 사모펀드에 돈을 맡기는 것은 책임투자 원칙에 맞지 않다"면서 "잇따른 논란에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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