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등 대표 40명+이석준 농협금융 회장KB·신한·하나 대표들, 실적 선방에 연임 '청신호'우리·농협은 '지배구조·내부통제' 문제로 물갈이
우리금융은 14개 계열사 가운데 7개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올해 내부통제 부실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변동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12월 31일)을 기점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5대 금융지주 계열사 CEO는 총 40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까지 더하면 모두 41명이 연임과 교체의 갈림길에 선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각각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었다. 이외에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0일부터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대표 선임 레이스를 시작했고, 농협금융지주는 26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스타트를 끊었다. 하나금융지주는 9월 내 계열사 대표 선임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실적 좋은 'KB'·내부통제 이슈 자유로운 '신한·하나' 대표들 연임 청신호
우선 KB금융은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홍구·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김명원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 등 5개 대표의 임기가 마감된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 판매 사태를 빠르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취임 당시 약속했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성장'에 대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스타뱅킹 MAU(월간활성사용자수)를 1400만명까지 끌어올리면서, 빅테크 금융사에 맞먹는 수준으로 만들어냈다.
지난해 카드사 CEO 유일하게 연임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는 올해 상반기 순익 2557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는 합병 후 첫 지휘봉을 잡은 수장인 만큼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연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다만 실적 면에서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 수익성을 위한 인사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은 14개 계열사 중 12곳의 대표가 인사를 앞두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 조경선 신한DS 대표,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대표,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등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자회사 대표 선임 절차를 개시하고, 다른 금융그룹 대비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연임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정 행장은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다시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 또한 철저한 내부통제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최근 벌어진 은행 내부통제 부실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첫 카드사 출신 CEO로 주목 받았던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도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1위를 수성하면서 높은 확률의 연임이 점쳐진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합병 TF를 이끌었던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사업 진출을 가시화하고, 무난한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반해 신한그룹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신한EZ손해보험은 출범 이후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14개 계열사 중 12곳 대표의 임기가 끝나면서 대대적인 인사가 예상된다.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대표,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 정해성 하나대체투자 대표, 강동훈 하나에프앤아이 대표,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 안선종 하나벤처스 대표, 조현준 핀크 대표가 대상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크다. 선구안으로 타 은행보다 기업 대출에 일찍 진출해 유의미한 성과를 냈고, 해외 진출 결과도 좋다. 특히 은행들의 숙원 과제인 '비이자 수익'은 이 행장 취임 원년인 2023년 전년 대비 118% 늘어난 984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법인 모두 흑자를 기록해 2023년 해외법인 수익은 전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취임 이후 1년 만에 플러스(+) 실적 전환에 성공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역시 긍정적인 평가다. 업황 악화로 2023년 연결 기준 289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낸 하나증권은 2024년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320억원, 지주 내 순익 기여도 6.3%까지 회복됐다. '트래블로그' 카드 성공을 이끈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도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감독 당국에 '콕' 찍힌 '우리·NH농협'···대대적 인사 물갈이 불가피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은 상당한 인사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사는 금융당국에서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이슈로 지적을 받고 홍역을 치웠다. 특히 우리금융에서는 지난해부터 내부의 금품 비위 등 배임·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
우리금융그룹은 14개 계열사 중 절반인 7곳의 대표 임기가 마무리된다. 대상자는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이다.
우선 조병규 행장은 연이어 터진 횡령 사고와 불법 대출 사고로 연임이 어려울 금융권은 보는 중이다. 여기에 우리은행의 실적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점도 연임 발목을 잡는다. 이 때문에 조 행장 취임 후 늘어난 기업 대출 성과도 묻힌 모습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고강도 압박도 연임 가능성을 더 떨어뜨린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손태승 전 회장의 처남에게 350억원대 부정대출' 사건을 두고 현 경영진들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상황이다. 이같은 환경 지속되면서 사실상 대부분 경영진의 연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NH농협금융은 이석준 지주 회장을 비롯해 5개 계열사 대표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계열사 대표로는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 임동순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서옥원 NH농협캐피탈 대표,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 등이다.
앞서 농협금융은 감독 당국으로부터 '농협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받았다. 금감원은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작업 이후에도 농협금융 지분 100%를 소유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농협금융지주 산하 금융계열사 대표들은 금융경력이 없거나 비전문가인 중앙회 출신 인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범농협 차원에서 CEO 교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인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퇴임이 유력해 보인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올해만 네 차례(290억원) 금융사고에 휘말렸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중대 사고를 낸 대표의 연임 제한' 원칙에 따라 이 행장 역시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는 취임 전 자본잠식 상태였던 농협생명을 정상화하는 등 성과가 뚜렷해 연임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인사를 향방을 가르는 바로미터는 '내부통제' 이슈가 될 것"이라며 "실적을 떠나 금융 사고가 많이 터진 지주들은 인사 물갈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모든 금융사에서 9월 내 대표 추천위원회 등 CEO 선임 절차가 시작되면서 늦어도 10월 말에는 후보군이 추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