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물류 창고 사업장 1800개···3년간 창고 화재 4078건전문가 "법적 설치 의무 없어도 소방 설비 설치·점검해야"
특히 배터리 보관 창고를 비롯한 창고시설의 경우 설계부터 실제 운영하는 과정에서까지 내화 구조를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발화점이 낮은 물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사업 운영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1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인허가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물류 창고 사업장은 총 1800개에 달한다. 이 중 약 700개의 창고시설은 지난 3년 동안 신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증가는 리스크 증가로도 이어졌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창고시설에서만 4078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재산 피해는 8000억원이 넘는다.
이에 정부는 2022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리·감독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이 안전한 사업장을 조성하는 데 적극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방청은 창고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법령 개선 사항을 연구해 창고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창고시설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609)을 지난해 10월 발령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해당 제정안에 따라 창고 내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는 같은 조건의 수압에서도 큰 물방울을 방출해 화염의 전파 속도가 빠르고, 발열량이 큰 창고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헤드를 갖춘 소방 설비다.
화재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천장·반자와 반자 사이·덕트·선반 등의 각 부분으로부터 하나의 스프링클러 헤드까지의 수평 거리는 특수가연물을 저장 또는 취급하는 창고의 경우 1.7미터(m) 이하, 그 외의 창고는 2.1미터 이하로 두어야 한다. 창고시설 내 소방 설비는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화재 진압 장비의 소화수 보관량 기준을 기존 대비 최소 2배 이상 늘리도록 했다. 스프링클러 설비에는 분당 4800리터(ℓ)를 60분 동안 방수할 수 있는 288톤의 소화수를 보관해야 한다. 이는 분당 1600리터를 같은 시간 동안 방수 가능한 32톤(t)을 보관하는 것이 필수였던 이전 대비 크게 늘어난 양이다.
이처럼 소방 설비 강화가 의무화됨에 따라 물류 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시설을 화재로부터 적극 보호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전략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22년 8월 국토교통부는 '물류 창고업 화재안전 관리계획서 작성 지침을 제정하고 고시했다. 지침에 따르며 창고시설을 운영하고자 하는 국내 물류 기업은 화재 안전 관리계획서를 제출해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고 이에 대한 유효성 및 타당성을 검토해 세부 사항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소방안전시설 설치 관련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으나, 개정안이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고 오래된 기축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전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법적 설치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창고시설에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 설비를 설치하고 정상 작동하는지 평소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최근 물류 업계 사이에서는 고객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기반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평가하고 검토해 알맞은 솔루션을 사업에 적용하는 '리스크 엔지니어링(Risk Engineering)'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창고 화재와 같은 중대 리스크에 대한 리스크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강화한 보험업계의 움직임 또한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재물보험사 FM은 200여 년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기반으로 물류 기업이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해 연구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리스크 발생 시에도 이에 현명하게 대처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도록 지원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소재의 자체 연구 시설인 'FM 리서치 캠퍼스(FM Research Campus)'에서는 화재 등 손실 발생에 주 원인이 되는 리스크에 대한 실험을 통해 이를 예방 및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시설 내 방재 기술 연구실에서 화재의 원인과 소방 설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수리 연구실(Hydraulics Lab)'에서는 스프링클러와 같은 고객의 소방 시스템을 실내에 동일하게 구현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한 후 고객에게 개선 사항을 전달해 화재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싱가포르에서도 고객 중심 체험형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설인 'FM 센터 (FM Centre)'를 운영해 기업이 회복탄력성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센터 내 마련된 체험형 연구실인 '심 존(SimZone)'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 소속 리스크 관리 담당자들과 경영진에게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 시스템과 같은 효과적인 방재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FM 소속 별도 인증 기관인 'FM Approvals'에서는 산업 설비 및 안전 장치에 대한 성능 검증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열 반응, 작동 온도, 소화용수량 및 수압, 설치 간격 등의 조건을 토대로 창고용·창고 외 용도·특수용 스프링클러에 대한 인증 절차를 거쳐,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스프링클러에 한해 소방 설비에 부여하는 화재 안전성 인증인 'FM인증(FM APPROVED)'을 부여한다.
최종호 FM 아시아 태평양 필드 엔지니어링 그룹 매니저는 "물류 기업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창고시설에서 일어나는 화재는 규모와 심각성 면에서 중대한 리스크로 다가올 것"이라며 "화재 리스크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손실 예방 대책을 철저히 세울 수 있는 리스크 엔지니어링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와 함께해야 화재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갖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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