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흑전···7분기 만 '결실'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1개 불과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올 3분기 연결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부광약품이 연결기준 흑자를 달성한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공시에 따르면 부광약품의 3분기 매출은 연결기준 426억원,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별도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증가한 425억원, 영업이익은 185.8% 증가한 66억원을 기록했다.
부광약품은 흑자 전환의 주요인으로 전략적 영업활동과 업무 효율화를 꼽았다.
특히 주요 제품인 덱시드 및 치옥타시드 제품군의 처방성장률이 시장 성장률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거뒀다.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인센티브 제도 개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부광약품은 3분기 OTC(일반의약품) 직거래 사업부를 판매영업대행(CSO) 업체 부광메디카로 분사하고 온라인몰 2채널 영업에 나서는 등 영업조직도 개편했다.
이어 지난 8월 항정신병 신약 '라투다'를 출시한 후 주요 상급병원 처방 리스트에 오른 현황도 설명했다. 라투다는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주요 상급병원에서 약사심의 통과에 성공했다. 또 병원 약사위원회 심의에 상정된 모든 건들이 100% 통과하는 등 예상보다 빠른 투입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업무 효율화를 위해 국내외 신규 원재료 공급업체 발굴을 통한 구매 원가 절감 활동도 진행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공헌이익 기반으로 품목을 재구성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고, 영업 건전성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4분기에 라투다를 주요 정신과 전문병원과 의원에 투입 완료하는 동시에 주요 정신전문병원 원내 처방과 의원 채널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또 효율적인 위탁 물류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는 "전략적 영업활동과 업무 효율화를 통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면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4분기 누적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7일 부광약품 사옥에서 진행된 '창립 축하 기념의 날' 행사에서 "부광약품의 적자는 지난해(2023년)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올해 연간 흑자전환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하나만 남은 점은 뼈아프다.
2022년 기준 부광약품 주요 파이프라인은 조현병 치료제 '루라시돈'과 당뇨병치료제 'MLR-1023', 파킨슨 이상운동증치료제 'JM-010', 전립선암 치료제 'SOL-804' 등 네 개였다. 이중 라투다로 발매된 루라시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연구 중단됐다.
지난해 부광약품은 MLR-1023의 아시아 판권과 관련 제조 특허(일본 제외)를 파트너사인 멜리어에 반환했다. MLR-1023은 부광약품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 후보물질이다. 지난 2013년 멜리어와 계약해 임상을 진행해 왔지만, 지난 2018년 임상 2b상 병용 실험을 끝으로 연구가 진척되지 않았다.
다만 아직 투입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재 멜리어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이오덱사가 MLR-1023로 매출을 발생시키면 부광약품이 매출의 10% 이하의 로열티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이다. 바이오덱사는 신규 적응증(1형 당뇨병)에 대해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남은 파이프라인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파킨슨병 치료제 'JM-010'는 지난 5월 임상시험 중단을 결정했다. JM-010은 유럽 후기 임상 2상에서 주요 지표 분석 결과 위약(가짜약)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를 보이지 못했다.
JM-010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로 인한 이상운동증을 치료하기 위해 콘테라파마에서 개발하던 신약 후보물질이다.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핵심 요소로 주목받던 파이프라인이었지만, 연구가 전면 중단되며 큰 파장을 낳았다. 당초 국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콘테라파마는 지난 8월 한국지사를 폐쇄하고 덴마크 본사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전립선암 치료제 'SOL-804'의 개발을 담당했던 자회사 다이나세라퓨틱스를 청산했다. SOL-804는 지난 2016년 도입된 후 약 8년간 기존 전립선암 치료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연구하던 개량신약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허가용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진행했으나 실질적으로 임상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연구중단을 결정한 JM-010과 SOL-804의 권리를 보유한 채 향후 활용방안을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 방향에 대하여 검토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조한 R&D 부문 성과는 자회사 실적 부진으로 연결됐다. 3분기 연결기준 부광약품을 제외한 자회사는 30억원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광약품은 그간 부진한 자회사 실적을 본사 매출로 메꾸는 방식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입 비중은 2022년 15.59%를 기록했고, 지난해 31.38%에 달했다. 연구개발비는 2021년 약 224억원, 2022년 약 242억원에서 지난해 약 346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346억원은 지난해 매출액의 27.4%로 회사 규모에 비해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꾸준히 이어온 셈이다.
실제 회사 측이 직접 지난 2분기 실적 악화 원인으로 "콘테라파마와 프로텍트 테라퓨틱스 두 회사 연구개발비가 90억원으로 증가한 점"을 꼽았을 정도다.
한국지사 철수와 청산을 결정한 자회사에 투입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이나세라퓨틱스는 지난 2016년 35억원을 출자해 설립된 뒤 지난해 말까지 50억원을 더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고, 콘테라파마는 지난 2014년 약 34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후 매년 공격적인 수준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이어왔다. 두 회사가 개발하던 주요 파이프라인이 모두 임상 실패로 끝나며 그동안의 투자는 매몰비용이 되어버린 셈이다.
회사는 많은 임상 비용이 소모되던 JM-010 개발이 중단된 만큼 향후 콘테라파마에 대한 R&D 비용 지원 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회사의 하반기 R&D 로드맵을 살펴보면 아침무동증 치료제 'CP-012'를 뺀 나머지는 모두 전임상 단계에 그쳐 앞으로 R&D 효율성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본부 본부장은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메인 파이프라인인 CP-012가 올해 1분기 1a 임상시험의 개념증명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4분기 현재 1b 임상시험을 시작하여 환자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규어 테라퓨틱스와 프로텍트 테라퓨틱스에서 곧 AhR 길항제 기전의 고형암 치료제와 PKR 억제제 기전의 치매 치료제 효력시험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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