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올해 초부터 인적분할·합병 시 자사주 신주 배정 제한 추진제 3자 처분은 제한 아냐···상법 개정이 필요하단 의견도 제기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한다. 이 개정안이 회의에서 의결되면 오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초 금융위는 주권상장법인 자기주식(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인적분할·합병 시 신주배정 제한 ▲자사주의 보유·처분 등 과정에서 공시를 강화 ▲신탁으로 자사주 취득·처분 과정에서의 규제 차익 해소 등 제도 개선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사주 취득부터 처분까지 전 과정에서 공시 의무를 부여해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건 일명 '자사주 마법'에 제동을 걸 '인적분할·합병 시 자사주의 신주 배정 제한'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제176조의 5에 '합병으로 존속하는 회사는 자기주식에 대해 신주를 배정하거나 자기주식을 이전할 수 없다', 제176조의 6에 '분할 또는 분할합병을 하려는 경우 자기주식에 대해 신주를 배정할 수 없고, 분할회사는 자기주식을 신설 회사에 이전할 수 없다'는 조문이 신설됐다.
현 상법상 자사주는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증자 등에서 권리가 정지된다. 그러나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관례를 따르기 때문에 분할·합병 시에는 권리가 행사된다. 이 때문에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기존 주주들은 신설 자회사의 의결권 있는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예컨대 자사주 지분율이 10%인 A 회사가 인적분할을 통해 B 회사를 신설하게 되면, 자사주가 B 회사의 지분 10%를 갖게 되는 식이다. 이를 통해 A 회사의 최대 주주는 추가 출연 없이 B 회사까지 지배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에 활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
이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현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유발하는 문제 중 하나에 지적받아왔다. 현재 미국, 일본에선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즉시 소각하거나 배당 등의 권리 없는 주식(금고주)으로 처리하기에 자사주를 보유한 분할법인에게 현물(신설법인 발행주식)을 배당할 수 없다. 독일 역시 자기주식에 대한 분할 신주 배정을 법령상 금지하고 있어 자사주 마법이 발생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정안을 통해 금융위는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방지 및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법안 시행 이후 금융감독원 검사 등을 통해 의무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주가 승계 및 경영권 강화 수단이 되는 것까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자사주 거래는 회사 측에 우호적인 제 3자에게 처분해 우회적으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고전적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이 LG화학·한화와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3.17%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황현영·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나 이전에 대해서는 규정을 두지 않아 여전히 자기주식이 조직재편 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어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이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점이 명문화되지 않는 한, 자기주식에 신주를 배정하는 사례나 지배주주가 소수주주를 축출하는 데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등의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자사주에 대한 부정확한 처방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이 아닌 상법을 통해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인적분할을 결정할 정도의 지배력을 이미 갖춘 기업이라면 제도 도입으로 큰 부작용이 나타나진 않겠지만 이번 자사주 의결권 제한은 불편하긴 할 것"이라면서도 "자사주 권리는 재산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상법에서 규정해야 하고, 더 나아가 권리 범위를 명확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point@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