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MBK·영풍, 집중투표제 도입 두고 설전최 회장 "적극적 주주친화정책"···소수주주 지지 호소MBK "집중투표제 해도 소수주주 신규이사 선임 불가능"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격차는 '6~7%p'까지 벌어졌다.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40.97%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46.71%'로 과반에 육박한다.
사실상 MBK·영풍 연합이 승기를 잡자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 회장 일가의 가족 회사인 유미개발은 이달 23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은 지분율로도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가족이 지배하는 관계사를 동원했다는 '꼼수' 논란도 제기되지만 수세에 몰린 최 회장으로서는 적은 지분율로도 MBK·영풍 연합의 이사회 장악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적극적 주주친화정책 펼치겠다"며 소액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최 회장은 이번 집중투표제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모양새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헤이홀더'는 최근 " 고려아연이 꺼내든 집중투표제 카드는 매우 훌륭한 선택"이라며 "최윤범 회장 측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 지배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꿨다"고 평가했다.
집중투표제 외에도 이사회 상한 수 설정과 액면분할, 소수주주 보호 명문화, 사외이사의 의장 선임과 분기 배당 도입 등에 대해서도 "소액주주들이 반복해 상장기업들에 주장한 사안들"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은 최윤범 회장은 지난달 10일 첫 번째 주주서한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주주서한을 발성하면서 '캐스팅보트'인 소수주주들의 표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자 지분 우위에도 불리한 위치에 놓인 MBK·영풍 연합은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들 연합은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 해도 소수주주를 위한 신규이사 선임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구조상 1·2대 주주가 주식의 80~90%를 차지하고 있어 일반 소수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 한 명을 이사회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 결집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영풍 지난달 30일 법원에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면서 집중투표제 도입의 불확실성이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MBK가 대주주로서 이익은 극대화하면서도 주주친화정책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 가처분 승패가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변수로 보고 있다.
MBK·영풍은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안을 올린 것이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을 위배한다고 주장한다.
집중투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을 청구할 당시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배제돼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른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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