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건전성 '빨간불'서울 일부지역 집값 상승···"가계부채 더 늘어날라"지방 부동산 신용리스크 부각···통화정책 운용 '걸림돌'
한국은행은 27일 '금융안정 상황'을 발표하고 "불확실성이 높고 낮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충격 발생시 금융·외환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내수 소비 침체와 낮은 성장률,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일부 지방·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금융여건 완화에 따라 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의 부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 금융권의 연체율(0.93%)은 부실채권 정리 영향 등으로 0.02%포인트p는 낮아졌다. 반면 차주수 기준으로 취약차주 비중(6.6%→6.9%)과 잠재 취약차주 비중(17.5%→17.6%)은 모두 오름세가 유지됐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 "가계 연체율은 장기 평균을 하회하고 있지만 취약 부분의 상환 능력은 저하됐다"며 "기업 연체율은 연말 상각 효과 등으로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지만 비은행 또는 중소기업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은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나타난 주택 가격 상승세가 가계부채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로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집값 상승이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자영업자 및 취약기업에 대한 신용리스크,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 저하, 그리고 가계부채 증가 우려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서울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 자체를 우려하는 건 아니지만 풍선효과에 의해 주변 지역 집값까지 상승할 경우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경제의 저성장 요인 중 하나는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에 따른 소비 제약"이라며 "한은과 정부는 가계부채를 하향 안정화시켜야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상황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지 않도록 정책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과 달리 지방 부동산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어 일부 금융기관들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국장은 "지방 부동산은 고위험 가구가 많고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면 서울 주택가격은 굉장히 빠르게 상승했고, 주변지역으로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간 상관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에 가계부채의 누증이 재현되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허가제 해제에 따른 증가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 국장은 "2월 중순에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이후 지속적으로 주택거래량이 많이 늘어났다"면서도 "다만 주택담보대출은 거래 후 1~2개월 이후 취급되기 때문에 가계대출에 대한 영향은 3월 중순부터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달 가계부채는 2월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며 "이번주 월요일 토허제가 재지정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거래량과 가격 변동, 이에 따른 가계부채 영향 등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로 들어오는 자금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훨씬 많아서다.
이에 대해 장 국장은 "기본적으로 외환수요 측면에서 수요 우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여기에다 미국 트럼프 신 정부의 관세정책과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 대내외 요인들이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취약기업들의 자금 공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기관들이 자본비율 관리 등을 위해 신용리스크가 높은 기업에 대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장 국장은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 관리와 기업들의 투자 수요 감소가 기업대출 증가율 하락의 배경"이라며 "기업대출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인 분야에 흘러갈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대출 관리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에 대한 금융지원 여부도 고심하고 있다. 이 부총재보는 "대규모 산불이 일어난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산불 피해을 입은 중소기업 등에 대해 금융 지원이 필요할지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부총재보는 "오늘 질의응답이 관심도가 높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에 집중됐다"며 "현재 금융안정 상황은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핵심 불안요인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낮은 성장률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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