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스코 '중복상장' 논란에···상장 좌절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강화 기조 '확대'지난해 韓 중복상장 비율 18%, 日 4.5배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 심사를 위해 개최한 시장위원회에서 미승인을 결정했다. 상장위원회 1차 심사에서 받은 미승인 결정에 승복 대신 재심을 선택했던 제노스코가 다시 한번 미승인 결과를 통보 받으면서 끝내 상장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장이 무산됐다.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이 지분 59%를 보유한 회사로 지난해 10월 22일 오스코텍은 한국거래소에 제노스코의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제노스코 상장 시도에 오스코텍 주주들은 중복 상장이라고 비판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매출이 공통된 '레이저티닙'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 시 모회사 오스코텍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코텍은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소액주주들에게 주주환원정책을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주주들의 규탄집회가 이어지면서 주주 달래기에 실패했다. 거래소 측도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매출 창구가 겹쳐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심사 과정에서 숙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노스코의 상장 시도가 무산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와 LS그룹의 자회사 LS MnM도 본격적인 상장 절차 돌입을 앞두고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는 다음 달 중으로 코스피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계획이었던 SK엔무브에게 상장예비심사 이전 사전 협의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보다 명확히 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SK엔무브는 상장예비심사 청구 계획을 보류한 상황이다. 이에 LS그룹의 자회사 LS MnM도 상장 시점을 연기했다.
기업들의 눈치 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래소의 보수적 상장 심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거래소는 중복상장 논란 여지가 있는 기업들의 상장 심사와 함께 기술특례기업들의 상장 심사도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매출이나 수익이 다소 부족해도 기술력과 향후 성장성을 인정받아 상장 기회를 부여받은 기술특례기업들이 상장 이후 매출 반등에 실패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꼼꼼한 심사에 나선 것이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올해 상장 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12곳으로 지난해 동기(8곳) 대비 4곳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초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합리적인 기업가치 산정을 강조한 만큼 이에 맞게 절차를 정비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최근 상법 개정 필요성을 비롯해 주주보호 관련한 요구가 확대되는 점도 일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회사 중복상장 금지를 비롯한 주주보호 강화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거래소가 상장 심사에서 보수적 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된 가운데 상법 개정안 재표결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만난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는 상법 개정 재추진 의사를 밝히며 쪼개기 상장을 해결하기 위해 모회사의 일반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하고 상장사의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는 주주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IBK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3%로 미국(0.35%), 중국(1.98%), 대만(3.18%), 일본(4.38%) 대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kdh0330@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