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공략 성과 'K-철도', 중동·남미로 시야 확장국내업계, 시공·운영·관리 등 '올인원 패키지' 가동
28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진현환 1차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파견했다. 이들은 현지 교통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타슈켄트~사마르칸트 268km 구간 고속철도 신설 사업 및 우르겐치 공항 확장 사업 등 굵직한 현지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담금질에 매진했다. 현재 국가철도공단·코레일(한국철도공사) 등으로 꾸려진 'K-철도팀'은 이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와 업계는 우리 기술력으로 현지 초대형 사업 시공권을 잡겠다는 목표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 270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차량(현대로템)을 처음으로 수출한 데 이어, 모로코에서 2조900억원 규모의 메트로 사업(현대로템) 및 필리핀에서는 1500억원 규모의 마닐라 도시철도 운영·유지보수 사업(코레일) 등을 잇달아 따냈다. 모두 '최초' 혹은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는 기록적인 성과로, 최근 1년간 'K-철도' 누적 수주액만 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중동과 동남아, 남미로 향하고 있다. 우선 UAE는 아부다비~두바이 152km 구간을 잇는 시속 350km급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인프라(100억달러) 및 시스템·차량 분야(36억 달러)를 더해 총 136억 달러(한화 약 19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가철도공단·코레일·현대로템·포스코이앤씨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은 이미 시스템·차량 분야 PQ(사전자격심사)를 통과해 수주를 노리고 있다. 내달 본입찰이 예정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중국 등 신흥 고속철 강국들도 뛰어들어 각축전이 예상된다.
베트남에서는 95조원 규모의 북남고속철도 사업이 추진 중이다. 수도 하노이에서 남부 경제 중심지 호치민까지 총 1541km를 잇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국 건설사들은 설계·용역업체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직접 베트남을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이 외에도 이집트에선 5000억원 규모의 철도 현대화 사업이 발주를 앞두고 있다. 남미 페루에서도 1500억원 규모의 리마~이카 전철 사업이 발주를 준비 중이다. 이들 사업에도 국가철도공단과 현대로템 등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전망이다. K-건설사들은 철로·터널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 교통 체증으로 악명 높은 필리핀에선 현재 수도 마닐라와 북부 신도시 클락을 잇는 남북 철도 공사에 국내 현대건설을 비롯해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롯데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과 연계해 현지 교통부가 지난 2022년 발주한 마닐라 통근철도 사업 총 9개 공구 중 3개 공구(4·5·6 공구)를 한꺼번에 수주했다. 롯데건설도 이 프로젝트의 7공구 시공에 참여 중이다.
GS건설은 지난해 11월 호주에서 5205억원 규모의 지하철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호주 2대 도시인 멜버른 도심 근교에 10km 길이의 복선 터널과 39개 피난 연결도로, 지하 역사 터파기 등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포스코이앤씨와 DL이앤씨는 필리핀에서, 현대건설은 베트남에서 철도 토목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 철도 인프라 사업을 국내 주택시장 침체와 건축 발주량 감소에 따른 실적 하락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공사가 담당하는 해외 철도 사업지는 11곳에 달한다. 이는 주택 경기가 좋았던 5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양이다.
정부도 국토교통부 장·차관을 필두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석유화학 및 발전 플랜트에 집중된 해외건설 수주 분야를 고속철·공항·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넓혀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에 대비하고, 올해 500억불 수주를 조기에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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