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해외 수주 82억 달러···전년比 2배 증가사우디 파드힐리 등 중동 프로젝트, 실적 견인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총 82억1000만 달러(한화 약 11조7500억원)로, 지난해 동기(55억1800만 달러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해 4년 만에 8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중 중동 지역 수주는 49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06.3% 급증해 전체 수주액의 약 60%를 차지했다.
가장 큰 실적은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발주한 '파드힐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를 공동 수주하면서 총 77억 달러(약 11조2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현대건설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50억 달러·약 7조1500억원)를 상회하는 액수다.
특히 삼성E&A는 사우디 파드힐리 프로젝트에서 1·4번 패키지를 한꺼번에 따내면서 창사 이래 최고액(약 8조원)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E&A는 이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타지즈 메탄올 생산 플랜트(1월, 16억8000만달러)도 수주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사우디 루마·나이리야 화력발전 플랜트 2건(총 15억4000만 달러, 약 2조2000억원)을 수주하며 중동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동발 대형 수주를 이어가기 위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지역본부(RHQ)를 개설했고 올해 연간 수주 목표치를 전년 실적 대비 50% 증가한 10조7000억원으로 상향했다.
현대차그룹 내 양대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동반 약진도 눈에 띈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사우디 전력청(SEC)이 발주한 '태양광 발전 연계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 두 건(쿨리스·후마이즈)을 잇달아 수주해 공사비 총 3억8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연초부터 석 달간 7억7375만 달러(약 1조1000억원)의 기간 계약액을 기록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부터)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네옴시티 등 경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사우디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사우디의 재정 상황이 위축된 데다 사우디 정부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엑스포, 2034년 월드컵 준비에 매진하는 상황이라 네옴시티 관련 예산 조정과 일부 공정 연기 등이 불가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선 석 달 실적으로 전반적인 해외사업 추이를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또한 수주 낭보에 고무되기보다 중장기적인 사업성과 현실적인 공기(工期)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신중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최근 해외 수주 실적이 급증한 A사 관계자는 "해외 주요 발주처의 발주량은 수년에 걸쳐 흐름을 타고,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도 이에 맞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최초 발주 시점과 입찰, 추가 비딩 등에 따라 계약체결 시점마저 매우 유동적이라 적어도 연말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B사 관계자는 "부서 편제와 인력 등에 따라 회사에서 소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 물량은 한정적이고 최근 여러 해외 대형 시공 현장에서 공정 중반부터 준공 시점까지 켜켜이 쌓여있던 대형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회사에선 선별 수주 기조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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