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9개월차에 운용 규모 2800억원 그쳐실질 운용 생보사 단 2곳···법률 자문 난항청구권 확대·관리주체 공영화 필요 의견도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도입 9개월차를 맞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보험계약자인 위탁자가 보험금 청구권을 수탁자에게 신탁하고, 지급 방식을 사전에 정해두는 것을 말한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명보험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6월 27일 기준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운용하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등 생보사 4곳의 계약은 총 1220건, 약 2842억2400만원 규모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회사는 사실상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2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이 전체 계약의 절반 이상인 692건, 금액 기준으로는 약 2330억원을 기록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교보생명이 526건, 약 50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흥국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1건씩 계약을 체결하는 데 그쳤다. 금액도 각각 5억2000만원, 5억원에 불과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 체결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사망보험금을 재산신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을 보장(보험계약대출 불가) ▲보험계약자·피보험자·위탁자 동일인 ▲직계존비속·배우자로 수익자 제한 등 요건을 충족 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하게 됐다.
제도 시행 당시 업계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업이 생보사들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정 시장 규모만 900조원에 달할 뿐더러, 계약자의 의도에 맞지 않게 보험금이 나갈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는 순기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당초 기대만큼의 수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신탁 계약이 기존 영업 방식과 괴리가 크다는 점이 꼽힌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기존 종신보험 상품에 부가 형태로 제안하는 서비스"라며 "계약 체결 과정에서 법률적 전문성이 요구되고, 개별 여건에 맞춘 계약서 작성이 필요하다 보니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권유하더라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행 제도의 요건을 완화하고 공공신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6일 발표한 '새 정부의 보험산업 정책' 보고서를 통해 일반사망 외에도 정액형 보험의 보험금청구권을 공공신탁으로 활용해 유사시 생활비나 간병비로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신탁 운용의 경제성을 제고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신탁 설정에 필요한 최소금액 기준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에서 개인 자산을 노후 간병비나 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공공신탁 제도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며 "중고령층은 상해 및 질병 위험에 대비해 민영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데, 이 보험의 보험금청구권을 공공신탁의 신탁재산으로 인정해 제도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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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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