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신형 GPU '루빈'에 HBM4 대거 채택 전망AI 반도체 패권 노리는 한국 반도체 양강SK하이닉스, 초격차 유지··· 삼성, 격차 줄이기 나서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양사 모두 HBM4 제품을 개발 완료, 고객사들에 샘플을 출하한 상태다.
현재 HBM 시장은 HBM3E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업계는 벌써 다음 세대인 HBM4를 주목하고 있다. 내년 HBM4가 메인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라는 점에서다. 양사 모두 HBM4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선 가장 발빠르게 치고 나간 곳은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 62%로 절반 이상을 꽉 잡고 있다.
관건은 HBM의 큰 손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사로잡는 것인데 SK하이닉스는 이미 이들과 든든한 파트너가 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켜내겠다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HBM4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세계 최초의 HBM4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HBM4 주요 고객들과 공급 협의를 완료했고 4분기부터 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를 통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조차도 우리에게 더 이상 개발 속도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충분히 준비돼있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앞서 작년 'SK AI 서밋'에서 "엔비디아는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나올 때마다 SK하이닉스에 더 많은 HBM을 요구하고 합의된 일정도 항상 앞당겨달라"고 언급을 했던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고객 요구사항을 추월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들과 내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곧 내년 HBM 물량 역시 솔드아웃(완판)됐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는 기존 예상보다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면서도 "그동안 고객들과 중점적으로 논의했던 부분에 대해 협의가 완료되면서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도 HBM 공급 계획에 대해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회사의 제품 경쟁력 우위로 인해 SK하이닉스 HBM 제품은 2023년 이후 계속해서 솔드아웃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 역시 현재 수익성이 유지 가능한 수준에서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내년 물량, 즉 HBM4 역시 종전 HBM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HBM4에 대해 고객 요구사항을 상회하는 제품 성능을 갖췄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HBM4 공급을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HBM4의 경우 1c(10나노급 6세대) D램 기반에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하고 설계를 최적화해 JEDEC 표준 및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11Gbps(초당 11기가비트) 이상의 성능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JEDEC 표준 동작 속도인 8Gbps를 크게 뛰어 넘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HBM4 역시 JEDEC 표준 동작 속도는 물론 고객사가 요구한 사양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30일 열린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삼성전자 또한 모든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HBM3E 양산 판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HBM4의 경우 지난 7월 말 실적발표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미 개발을 완료해 모든 고객들에게 샘플을 출하한 상태로 고객 과제의 일정에 맞춰 양산 출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면서 "HBM 사업화와 관련해 최근 고객사들은 GPU 성능 경쟁 심화로 더 높은 성능의 HBM4를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HBM4 개발 착수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시장의 니즈를 사전에 반영해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 목표를 설정해 제품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HBM 초기 대응에 실기하며 SK하이닉스의 실적 잔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HBM3E도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를 번번이 넘지 못하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그 사이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그러다 드디어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비밀유지협약(NDA)으로 인해 고객사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모든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를 양산 판매 중이라고 밝힌 만큼 사실상 엔비디아에도 납품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까다로운 엔비디아의 입맛 저격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도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삼성전자도 HBM4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의 물량 요구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속되는 물량으로 인해 증산을 검토할 정도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컨콜에서 "내년 HBM 생산 계획은 올해 대비 매우 대폭 확대 수립했으며 해당 계획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며 "다만 추가적인 고객 수요가 지속 접수되고 있어 HBM 증산 가능성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HBM4가 탑재될 엔비디아의 신형 GPU인 루빈도 차질없이 선보여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내년 하반기 루빈을 출시할 것을 확신한다"며 "시스템이 갖춰져 생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이미 수요가 공급을 역전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간 HBM에서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납품 소식을 전하는 등 고무적인 모습으로 경쟁력을 점차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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