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적자 사업부 억대 성과급 어렵다"···조정안 거부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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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적자 사업부 억대 성과급 어렵다"···조정안 거부 배경은

등록 2026.05.20 13:44

정단비

  기자

삼성 "성과주의 훼손"···조정안 끝내 거부"적자에도 억대 성과급"···사측 부담 커져총파업 하루 앞두고 노사 협상 결렬

사진=강민석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삼성전자가 결국 총파업 위기에 놓이게 됐다.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의 2차 사후조정이 사측의 거부로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에서 조정안을 받지 않은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의 경영 원칙을 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회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조정 또는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2차 사후조정 3회차 회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은 당초 18~19일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특히 2일차였던 19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협상이 길어지며 20일 0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이에 중노위는 정회를 결정했고 이날 오전 10시에 3차 회의를 재개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3일에도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장시간의 대화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셈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를 이끄는 최승호 노조위원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조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조정 절차가 종료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노조는 예정대로 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여지는 남겨뒀다.

삼성전자 노사는 그간 성과급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는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요구하며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이번 사후조정에서는 성과급 재원 배분을 두고도 노사 간 입장차가 첨예하게 엇갈렸던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되, 이를 부문 70%, 사업부 30% 비중으로 할당하자고 주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공통 재원이 과도하게 많아질 경우 적자 사업부 직원들도 흑자 사업부와 거의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되어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사측이 중노위의 조정안을 받지 않은 결정적 이유가 성과주의 원칙 훼손 우려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20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6년 2차 사후조정 2일차 회의'를 정회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20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6년 2차 사후조정 2일차 회의'를 정회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실제 노조 요구안을 단순 적용할 경우 직원 1인당 성과급 규모가 수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가령 삼성전자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재원'은 총 45조원 규모다.

노조안에 따르면 이 가운데 70%는 부문 공통 재원, 30%는 사업부 재원으로 배분된다. 이를 적용하면 DS(반도체) 부문 공통 재원은 31조5000억원, 사업부 재원은 13조5000억원 수준이 된다.

DS부문 전체 인원 7만7300명(5월 초 기준)을 기준으로 공통 재원 31조5000억원을 단순 계산해 배분할 경우 직원 1인당 약 4억원 수준의 성과급이 돌아가게 된다. 여기에 사업부 재원이 추가로 더해지는 구조다.

사업부 재원 규모는 총 13조5000억원으로, 실제로는 사업부별 실적과 인원 등에 따라 차등 배분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는 노조 요구안을 단순 가정해 계산한 수치로 실제 성과급 산정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즉,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은 적자에도 억단위의 성과급을 받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DS부문 실적을 사업부별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최근 몇년간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만 6조~7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예측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역시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가 3000억~1조8000억원 가량 적자를 냈을 것이라 보고 있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측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적자 사업부에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성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올해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사업도 있어 성과급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 회사 내에서 함께 실적 부진을 겪더라도 DS와 DX 구분에 따라 성과급 규모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보상인데, 만약 적자를 내도 억대 성과급을 준다고 하면 대체 누가 열심히 일 하겠냐"며 "이는 성과주의 원칙 훼손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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