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S클래스와 슈퍼카, 7인승 SUV를 하나로···AMG GLS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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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클래스와 슈퍼카, 7인승 SUV를 하나로···AMG GLS 63

등록 2026.06.29 17:14

권지용

  기자

612마력 V8 엔진, 대형 SUV의 놀라운 주행 성능S클래스 안락함에 가족 7명도 넉넉한 공간에어 서스펜션과 고급 내장재로 완성된 플래그십

메르세데스-AMG GLS 63.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AMG GLS 63. 사진=권지용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라인업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인간의 정복 욕구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안락함의 끝을 보고 싶다면 S클래스를 타면 되고, 서킷을 찢는 짜릿함을 원한다면 AMG를 선택하면 좋죠. 주말마다 온 가족을 태우고 교외로 나설 넉넉한 공간이 필요하다면 GLS라는 명쾌한 답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세 가지 선택지를 앞에 두고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S클래스처럼 편안하면서, 슈퍼카처럼 날쌔고, 가족 7명이 타도 넉넉한 차는 없을까." 무모한 교집합을 현실로 구현해 낸 괴물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메르세데스-AMG GLS 63입니다.

자동차 공학에서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억지로 섞어 놓은 차들은 대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물로 끝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고 도로 위로 미끄러져 나가는 순간, 이 차가 왜 2억원이 훌쩍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지 존재 이유를 온몸으로 납득할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AMG GLS 63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AMG GLS 63 실내. 사진=권지용 기자

가장 먼저 찾아온 반전은 승차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트렁크에 새겨진 'AMG' 배지와 23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휠을 보면 '가족들의 불평을 받아낼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고성능 모델 특유의 딱딱한 서스펜션 세팅은 안락한 승차감을 제물로 바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고 시내 도로를 벗어나는 동안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질문만 맴돌았습니다. "내가 지금 AMG를 탄 게 맞나, 아니면 일반 GLS를 탔나?" 눈을 가리고 이 차의 조수석에 앉는다면 백이면 백, 이 차가 제로백 4.2초짜리 고성능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게 분명해 보입니다.

지방의 거친 국도와 둔탁한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솜씨는 과연 벤츠의 플래그십 SUV다웠습니다. 에어 서스펜션과 능동형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노면 상황을 읽어내며 충격을 분쇄합니다. 아스팔트 위의 잔진동과 거친 균열들은 바퀴를 거쳐 실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걸러져 마치 두꺼운 비단 카펫 위를 미끄러져 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지점에서 AMG GLS의 첫 번째 정체성인 'S클래스급 럭셔리'가 완성됩니다.

그렇다고 이 차가 얌전한 모범생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전환하고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는 순간, 이 차의 두 번째 정체성인 '슈퍼카급 성능'이 깨어납니다.

메르세데스-AMG 모델 엔진 후드에 부착된 명판.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AMG 모델 엔진 후드에 부착된 명판. 사진=권지용 기자

보닛 아래 숨어 있는 4.0L V8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12마력, 최대토크 86.7kg·m라는 무지막지한 수치를 뿜어냅니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Q 부스트'가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추가적인 힘을 보태 터보랙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노력하죠.

공차중량만 2.6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성벽 같은 차체가, 페달을 밟는 것과 동시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방을 향해 튀어나갑니다. 몸이 시트 깊숙이 파묻히는 가속 중력은 어설픈 스포츠카를 가볍게 비웃는 수준입니다. 시속 100km를 넘어 그 이상의 영역으로 치고 올라가는 기세는 지칠 줄을 모릅니다.

큰 덩치에서 오는 시각적 공간감과 물리적인 가속감이 결합하면서 운전자가 느끼는 속도감과 쾌감은 지상고가 낮은 슈퍼카의 그것과는 또 다른 결의 공포와 희열을 선사하죠.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가 엄청난 동력을 네 바퀴에 정밀하게 배분하며 초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노면을 움켜쥐는 듯한 압도적인 안정감을 유지해 줍니다.

메르세데스-AMG GLS 63 트렁크.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AMG GLS 63 트렁크. 사진=권지용 기자

퍼포먼스에 취해 있다가도 차를 멈추고 실내 공간을 둘러보면 이 차의 세 번째 가치인 '7인승 대형 SUV의 실용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5.2m가 넘는 전장과 2m에 달하는 전폭 등 거대한 덩치는 오롯이 실내 거주의 안락함으로 돌아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가 몸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2열은 웬만한 대형 세단과 견줘도 손색없는 공간감을 제공합니다. 다만 3열은 거대한 차체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여유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살짝 아쉽네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캠핑 장비를 가득 싣거나, 골프백 대여섯 개를 아무렇게나 던져 넣어도 공간은 야속할 정도로 넉넉하게 남습니다. 한마디로 최고급 S클래스의 안락함과 슈퍼카의 달리기 실력을 갖춘 채, 대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홈 스위트 홈'을 구현해 낸 셈입니다.

메르세데스-AMG GLS 63 휠.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AMG GLS 63 휠. 사진=권지용 기자

그러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차는 없습니다. AMG GLS 63 역시 안락한 승차감과 넉넉한 공간성을 확보한 대신, AMG 특유의 강렬한 감성은 일부 절제된 모습입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배기 사운드였습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도 실내로 전달되는 엔진음과 배기음은 기대보다 차분합니다. 뛰어난 정숙성과 방음 성능 덕분에 장거리 주행은 편안하지만, '63' 배지에 기대하는 거친 포효나 팝콘 사운드를 원하는 운전자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한계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첨단 하체 제어 기술 덕분에 안정감은 뛰어나지만, 2.6톤에 달하는 차체와 높은 지상고의 영향으로 급격한 코너에서는 차체의 움직임이 일부 느껴집니다. 제동 시에도 묵직한 하중 이동이 전달되는 만큼, 스포츠카처럼 날렵한 움직임을 기대하기보다는 대형 고성능 SUV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메르세데스-AMG GLS 63 사진=권지용 기자메르세데스-AMG GLS 63 사진=권지용 기자

메르세데스-AMG GLS 63은 자동차 시장의 상반된 가치를 한데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모델입니다. AMG 특유의 고성능과 S클래스 수준의 안락함, 여기에 7인승 SUV의 실용성까지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타협점을 찾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AMG의 거친 감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운전자라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일에는 럭셔리 세단처럼 편안하게, 주말에는 대형 SUV답게 온 가족과 레저를 즐기고, 필요할 때는 슈퍼카에 버금가는 가속 성능까지 누리고 싶다면 AMG GLS 63만큼 다재다능한 선택지도 많지 않습니다. 모든 상황을 한 대의 차로 해결하고 싶은 자산가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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