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희망에서 공포로' 메모리 고점론···삼성·SK, 증설로 정면 반박

산업 전기·전자 NW리포트

'희망에서 공포로' 메모리 고점론···삼성·SK, 증설로 정면 반박

등록 2026.07.21 06:10

고지혜

  기자

메타, 잉여 GPU 연산용량 외부 판매 검토 '촉발'HBM은 고객 맞춤형 장기계약 중심···D램 사이클과 다른 구조SK 최태원 "수요 감당 못 해"···삼성·SK 미래 공급망 확대

그래픽=뉴스웨이그래픽=뉴스웨이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벌써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HBM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시장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객사 수요가 생산능력을 압도하고 있다며 고점론에 선을 긋고 오히려 대규모 증설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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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아웃론의 배경은

메타의 컴퓨트 사업 검토 소식이 피크아웃론 촉발

메타가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제공하려는 움직임 주목

AI 투자 증가 속도 둔화 가능성에 따른 메모리 고점론 확산

숫자 읽기

삼성전자 2분기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 기록

SK하이닉스 고객사, 향후 5년간 현재보다 5~6배 생산능력 요구

양사 모두 국내외 생산시설 증설에 속도

맥락 읽기

HBM 시장은 장기공급계약(LTA) 중심의 구조로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차별화

동시다발적 증설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존재

빅테크 AI 투자 속도 조절 시 메모리 수요 및 실적에 영향 가능성

주목해야 할 것

이달 말 빅테크들의 AI 투자 계획 발표 주목 필요

투자 규모 확대 시 메모리 수요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상승 기대

반도체 사이클 종료는 수요 감소가 촉발해야 하며, 현재 AI 서버 투자는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반도체 시장은 최소 50~60% 이상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며 "아비규환이라는 표현까지 써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고객사로부터)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 확대 지속 여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메모리 기업을 대표하는 인사가 수요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메타發 '잉여 컴퓨팅' 논란···'HBM 고점론' 수면 위로


반도체 피크아웃론은 이달 1일 메타의 '컴퓨트' 사업 검토 소식으로부터 촉발됐다.

컴퓨트 사업은 메타가 자사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자원을 외부 고객에게 제공하는 클라우드 사업이다. 메타의 AI 모델인 'Muse Spark'를 API 형태로 제공하거나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GPU의 연산 용량을 외부 고객이 원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해당 사업이 메모리 고점론으로 연결된 배경에 주목했다. 메타가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도 남는 용량을 새로운 사업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AI 산업을 떠받쳐온 "컴퓨팅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빅테크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전제와 배치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메타는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해 엔비디아의 GPU를 대규모로 확보해왔다. 이들 GPU에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HBM이 탑재된다. 메타의 GPU 구매가 늘면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 업체에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판매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반대로 메타가 기존 GPU에서 남는 연산 용량을 활용하려는 것이라면 신규 GPU 구매 속도가 둔화될 수 있고 이 경우 GPU에 탑재되는 HBM의 주문 증가세도 기존 시장의 예상보다 완만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메타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주도해온 대표적인 하이퍼스케일러다. 메타의 움직임이 다른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로 이어질 경우 AI 서버와 GPU 주문 증가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판매 및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우려가 확산하면서 메모리 업황이 정점에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고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전망도 피크아웃설에 힘을 싣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산업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투자 증가 속도가 둔화될 경우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 상향 흐름도 약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빅테크들의 AI 투자는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 증가율이 둔화될 경우 메모리 수요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그동안 고객사의 HBM 수요가 2030년까지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수요 확대 속도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메모리 가격과 실적 모멘텀도 2027년 하반기쯤 정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민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문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들의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 역시 둔화할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SK "수요 여전"···실적·증설로 고점론에 맞불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일각의 우려와 달리 AI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고객사의 메모리 수요를 언급하며 고점론을 일축했다. 고객들이 향후 5년간 현재보다 5~6배 많은 생산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가 계획한 두 배 수준의 증설만으로도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며 현재 메모리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양사는 향후 반도체 수요가 현재의 생산능력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생산시설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용인, 미국 테일러·오스틴 등에서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용인과 청주, 미국 인디애나를 중심으로 생산 및 첨단 패키징 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통상 반도체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인 증설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피크아웃의 전조로 여겨져 왔다. 호황기에 늘린 생산능력이 한꺼번에 가동되면 수요를 웃도는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결국 가격 급락과 함께 사이클이 끝나는 흐름이 반복되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HBM 시장만큼은 범용 D램 중심의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HBM은 고객사와 사전에 제품 사양과 공급 물량을 협의한 뒤 생산하는 장기공급계약(LTA) 중심으로 거래된다. 제품을 먼저 생산한 뒤 판매처를 찾던 과거 메모리 산업의 공급 방식과는 차별화된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달 말 빅테크들이 실적 발표에서 발표할 AI 투자 계획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빅테크들이 투자 규모를 늘리면 메모리 수요 역시 장기간 이어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세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은 오는 22일, 메타는 29일, 아마존은 30일 각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9일 회계연도 2026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예상된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 사이클의 종료는 일반적으로 주도 응용처의 수요 감소로 촉발돼 왔다"며 "현재 AI 서버 투자는 계속 늘고 있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금 조달도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충격이 아닌 노이즈나 오해로 반도체 사이클이 종료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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