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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살림' 끝낸 철도공기업··· 중복비용 줄이고 KTX·SRT 적자 고리 끊을까

등록 2026.08.04 15:58

주현철

  기자

공정위, 코레일·SR 기업결합 승인···9월부터 'KTX' 단일체제이용객 편익 확대 내세웠지만···운임 인하에 적자 확대 우려조직 통합·재정 지원 '숙제'···코레일 재무건전성 시험대

기차역에 정차 중인 KTX. 사진=장귀용 기자기차역에 정차 중인 KTX. 사진=장귀용 기자

KTX와 SRT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도(SR)가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이 된다. 정부는 통합 이후 이용객 편익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미 2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은 코레일은 운임 인하와 노후 차량 교체, 조직 통합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재무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일 코레일이 SR의 고속철도 영업을 양수하고 정부가 보유한 SR 지분 58.95%를 취득하는 안을 승인했다. 국토교통부의 최종 인가를 거쳐 오는 9월 1일부터 양사는 하나의 운영체제로 통합된다. 이로써 2013년 SRT 출범과 함께 시작된 고속철도 경쟁체제는 1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 결합이 경쟁 제한 우려가 낮다고 판단했다. 경쟁이 제한되면 운송업체의 독점적 지위로 고속철도 운행 횟수 감소, 운임 인상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이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고속철도 산업이 철도사업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규제를 받는 산업이라는 점, 코레일이 공기업으로서 정관상 공익적 목적 실현을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는 이번 통합의 핵심 효과로 이용객 편익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통합 이후 3년간 KTX 운임을 SRT 수준으로 약 10% 인하하고, KTX와 SRT 차량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주말과 성수기 좌석 공급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별도로 운영되는 예매 시스템과 고객센터, 차량 운영 등을 일원화해 운영 효율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국회와 정부는 양사가 각각 운영하면서 발생했던 조직과 시스템의 중복을 해소하면 연간 406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X와 SRT를 연계 운행하면 하루 최대 1만7000석가량의 좌석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통합 효과보다 재무 부담이 더 빠르게 불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복 비용을 줄이더라도 운임 인하와 차량 교체, 조직 통합 비용을 감안하면 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코레일의 재무 여건은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코레일의 부채는 21조4537억원, 부채비율은 262.8%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흑자를 유지했던 SR마저 지난해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양사의 재무 체력이 모두 약해진 상황에서 통합만으로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부가 약속한 KTX 운임 10% 인하는 이용객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운영기관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KTX 운임은 15년 가까이 사실상 동결된 가운데 인건비와 전력비, 유지보수 비용은 꾸준히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할인까지 적용되면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중복 비용 절감만으로는 운임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를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기에 통합 이후 임금체계 조정과 조직 개편, 시스템 통합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연간 적자 규모가 1조원 안팎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후 차량 교체 역시 통합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코레일은 KTX 차량 교체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와 선로 사용료 인하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차량 교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레일은 절반 이상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운임 인하를 통한 공공성 강화 정책을 유지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정부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도 변수다. 코레일은 SR을 지역본부 형태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반면, SR은 현행 조직 체계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과 직급 체계가 다른 만큼 노사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체제 종료에 따른 서비스 저하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SRT 출범 이후 KTX는 마일리지 제도를 확대하고 서비스 품질 개선에 나서는 등 경쟁 효과를 누렸지만, 통합 이후에는 이러한 긴장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운임과 서비스가 인가 대상인 만큼 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관리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고속철도 통합은 운영 효율을 높이고 이용객 편의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결국 성패는 재무구조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며 "중복 비용 절감만으로는 운임 인하와 노후 차량 교체, 조직 통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재정 지원과 중장기 경영 정상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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