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헤이븐과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 체결기존 엑스코프리 의존 탈피, 미국 직판 영업망 활용2029년 FDA 허가 및 시장 진출 목표
SK바이오팜이 최대 1조1000억원 규모 투자로 후기 임상 단계의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Opakalim, 개발명 BHV-7000)'을 전격 도입한다.
기존 자체 개발 신약 '엑스코프리'에 단일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자체 구축한 미국 내 직판 영업망을 활용해 이른바 '빅 바이오텍'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26일 SK바이오팜은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바이오헤이븐(Biohaven)의 아일랜드 법인과 오파칼림 및 칼륨채널(Kv7) 기반 신규 물질 발굴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의 총규모는 선급금과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을 합쳐 최대 7억9500만달러(약 1조996억원, 이사회 결의일 환율 1383.10원 기준)에 달한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4억달러(약 5532억원)로, SK바이오팜의 2025년 말 자산총액 대비 46.2%를 차지하는 대규모 투자다. 거래 종결 시점에 3억5000만달러를 지급하고, 나머지 5000만달러는 1년 뒤 납부한다. 향후 제품 출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 산정된다.
도입 물질인 오파칼림은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해 발작을 조절하는 '선택적 Kv7.2·Kv7.3 칼륨채널 활성제'다. 현재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RISE2'와 'RISE3' 등 두 건의 글로벌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 수년 간 엑스코프리를 이은 '세컨드 프로덕트(2nd Product, 두 번째 품목)' 확보에 주력하던 SK바이오팜이 다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을 택한 셈이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연말 RISE3 임상의 첫 톱라인(초기 결과)을 확인하고, 이어 2028년경 후속 임상 결과를 순차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를 밟아 2029년 현지 시장에 정식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오파칼림의 물질특허 만료 예상 시점은 2039년이며, 미국 특허기간 연장 제도를 통한 추가 연장도 고려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굉장히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이지만, 지난 3년간 철저히 분석하고 '알고 지른' 베팅"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초 연말까지 두 번째 상용화 제품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기존 검토 건을 과감히 중단하고 더 큰 시너지가 기대되는 오파칼림을 낙점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인수는 기존 엑스코프리의 미국 영업망에 신규 제품을 얹어 파는 '마케팅 인프라 레버리징' 전략의 핵심이다. 강력한 약효를 지닌 엑스코프리로 중증 환자와 뇌전증 전문의를 공략하는 동시에, 내약성이 우수한 오파칼림으로는 일반 신경과 전문의와 경증 환자까지 타깃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상업화 단계에서는 미국 현지 법인(SK라이프사이언스)의 기존 150명 규모 영업 조직에 10~20명 수준의 인력만 충원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현재 오파칼림과 동일한 기전을 가진 경쟁 약물이 시장에 먼저 진입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유창호 SK바이오팜 전략부문장(사업개발본부장)은 "경쟁 제품보다 출시가 1~2년 늦을 수는 있으나, 우수한 내약성과 기존 직판 인프라를 바탕으로 충분히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회사가 기대하는 차별화된 효능과 안전성이 최종 임상에서 입증되어야 한다. 상업화 이전까지 발생할 대규모 임상시험 비용 부담과 품목 허가 실패 시 뒤따르는 계약 해지 리스크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총 계약금의 절반 가까운 규모의 선급금(업프론트)을 지급한 점에 대해 이 사장은 재무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최악의 경우까지 다 분석했다"며 "쉽게 말해 올해 한 해 버는 돈과 내년에 버는 돈의 절반으로 선급금을 주고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기 임상에 필요한 연구개발비도 기존 예산 범위에서 계산했다면서 "현금 압박은 없고, 최악의 경우도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오파칼림 도입은 빅 바이오텍 성장을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며, 추가 라이선스 인(도입)이나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향후 2~3년 내 강도 높은 펀더멘털 혁신을 예고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핵심 자산인 엑스코프리의 특허와 독점 판매 기간의 추가 연장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엑스코프리의 물질특허가 2032년 10월 만료될 예정이지만, 미국에서 ANDA를 제출한 제네릭사 3곳 중 1곳과 합의했다며 "특허 기간의 연장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2곳과의 합의 여부와 구체적인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유 본부장은 오파칼림 역시 물질특허가 2039년까지인 데다 미국 특허기간연장제도(PTE)를 활용하면 2039년 이후로 제품 수명주기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엑스코프리의 독점 기간 연장과 오파칼림 도입이 맞물리면 "앞으로 14∼15년간 풍부한 현금흐름"을 확보해 장기 연구개발 투자의 호흡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회사 측에서는 ANDA 소송 결과와 실제 특허 존속기간, 배타권 유지 여부는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SK바이오팜은 신약 도입과 별개로 엑스코프리의 라이프사이클 관리(LCM)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현탁액 제형의 미국 신약 허가 신청을 마쳤으며, 연내 전신 강직-간대 발작 및 소아 환자로 적응증 확대를 위한 추가 신청에 돌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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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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