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경쟁률 1000대 1도 안 통한다···공모주 흥행 공식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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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1000대 1도 안 통한다···공모주 흥행 공식 '흔들'

등록 2026.08.26 17:00

이자경

  기자

7~8월 새내기주 10곳 중 9곳 공모가 밑돌아기관 관심과 상장 후 평가 엇갈려···개인 수급 영향가격 산정 제도 개선···확약·공모가 함께 살펴야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기관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공모주들이 상장 이후 잇달아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흥행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10곳 중 9곳이 공모가를 밑돌았고 기관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긴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관의 높은 관심이 상장 이후 주가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경쟁률뿐 아니라 의무보유확약과 공모가 수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10곳이다. 이 가운데 해치텍·니어스랩·기도산업·딜리셔스·에이치엘지노믹스·레몬헬스케어 등 6곳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보다 낮게 마감했다.

첫날 공모가를 웃돈 기업들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케이앤에스아이앤씨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9.82% 올랐지만 이날에는 공모가보다 11.00%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레메디와 매드업도 첫날 각각 6.28%, 26.00% 상승했지만 이날에는 공모가 대비 각각 43.96%, 13.13% 낮았다. 반면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공모가보다 44.50%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부진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니어스랩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743.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희망 공모가 범위 최상단인 4만12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30.46% 하락한 데 이어 이날에도 공모가보다 21.60%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기관 경쟁률이 1238대 1에 달했던 레몬헬스케어 역시 이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52.20% 낮았다.

기관 평가만으론 주가 예측 한계···상장 후 개인 투심 변수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이 상장 이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배경에는 기관과 개인의 투자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자리한다. 기관의 평가는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지표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개인투자자의 수급과 투자심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관은 개인보다 상대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에 기반해 밸류에이션하는 경향이 있어 기관의 평가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도 "상장일 거래량을 보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만큼 상장 이후에는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수요예측 경쟁률 자체가 기관의 투자 판단을 모두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경쟁률뿐 아니라 기관의 가격 제시 분포와 의무보유확약, 공모가 산정 수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경쟁률은 기관투자자의 관심과 수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지표"라면서도 "기관들이 해당 기업을 어느 정도 가격으로 평가했는지, 실제 배정 이후 어느 정도 기간 보유할 의사가 있는지까지 모두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장기보유 유도하고 시장수요 반영···IPO 제도 재정비


금융당국도 기관의 단기 투자 수요를 걸러내고 기업가치에 기반한 수요예측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올해부터 일반기관투자자 잠재 배정물량의 40% 이상을 의무보유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하고 최대 가점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39.6%로 2024년 15.8%보다 23.8%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경쟁률과 의무보유확약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통상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은 경우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중도 높을 개연성이 있지만 개별 기업의 향후 전망과 주식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두 지표가 항상 같은 방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공모가에 시장 수요를 보다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오는 11월 13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의 희망 가격과 물량을 확인하는 사전수요예측과 일부 물량을 장기 투자 기관에 미리 배정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에 시장 수요를 보다 충실히 반영하고 상장 초기 수급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다.

다음 달에는 브릴스와 네오사피엔스, 와이즈플래닛컴퍼니 등 일반기업 7곳의 공모주 청약이 예정돼 있다. 증시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만으로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기관의 관심도뿐 아니라 의무보유확약과 공모가 수준, 기업의 펀더멘털 등을 함께 따지는 투자 판단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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