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연말 금융권 인사 앞두고 수위 높이는 금감원···이찬진 "CEO 승계절차 투명·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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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금융권 인사 앞두고 수위 높이는 금감원···이찬진 "CEO 승계절차 투명·공정하게"

등록 2026.09.23 07:30

김다정

  기자

"CEO 승계, 친소관계 아닌 능력 중심"···연말 인사 정조준금감원장 지적 엿새 만···신한금융, 은행장 승계절차 손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을 소집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재차 강조했다. 연말 은행장과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 CEO 인사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승계절차 관련, 압박의 수위를 점점 높이는 모양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23일 오전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8개 은행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의 주요 현안과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금감원장은 연말 금융지주 계열사 사장 인사를 앞두고 승계절차 전반에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실질적인 역할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금감원장은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후보군 선정과 검증, 평가, 기록 등 일련의 승계절차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CEO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후보를 추천·선정하는 과정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 제17조의 취지에 맞게 자회사 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회사 임추위에 CEO 상시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CEO 후보 평가 과정에서 임추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자회사 임추위 실질적 역할 보장"···금융지주 회장들도 개선 약속

이는 앞서 지난 15일 이 원장이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절차의 미흡한 부분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이후 나온 후속 메시지다. 당시 이 원장은 "대부분 금융지주의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점검 결과, CEO 자격요건을 추상적으로만 정의해 구체화가 부족하거나, 후보 압축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상시후보군을 형식적으로 관리하거나 후보군 압축·검증 절차가 불투명한 사례도 적발됐다.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 역시 제한적이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지주 자추위가 자회사 CEO 상시후보군 현황 등을 공유하거나 은행 임추위에 추천권을 부여한 곳은 일부 지주사에 불과했다.

사실상 이 금감원장이 연말 계열사 사장 인사에 대해 칼을 빼들겠다는 경고장을 날리자 금융지주들도 곧바로 행동에 나서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신한금융은 이 금감원장의 불호령이 떨어진 지 단 엿새 만에 자회사인 신한은행 임추위에 자회사 승계 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은행장 후보 추천 권한을 부여했다. 자회사별 CEO 자격요건도 구체화하고 세부 평가기준을 마련해 후보 심의에 적용한다.

이번 조치는 금감원이 이날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요구한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지주 중심의 승계 절차에서 자회사 이사회의 관여 폭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이찬진 금감원장이 연일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두고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여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투명성·공정성 강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참석한 금융지주 회장들도 "공정하고 투명한 원칙에 기반해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두텁게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회사 CEO 선임 절차에 개선할 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뜻을 모았다.

내부통제·지자체 금고 경쟁도 언급

이날 이찬진 금감원장은 CEO 승계뿐 아니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도 강조했다. 내부통제 혁신방안과 여신 프로세스 개선, 책무구조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이어왔지만 최근 금융사고가 내부 직원뿐 아니라 외부인 사기와 해외 점포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 696억9000만원에서 올해 1~7월 47건, 1712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사고 건수뿐 아니라 사고 금액도 크게 증가한 만큼 내부통제의 적용 범위를 기존 임직원 중심에서 외부 사기와 해외 점포 등으로 넓혀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 금감원장은 특히 제도를 추가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금융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충분한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제도 개선도 의미가 없다"며 "지주그룹 내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가 경영 전반에서 빈틈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내부 자원을 확보하고 책임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의 점검 범위도 사고 발생 이후의 책임 추궁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향후 위규행위가 발생할 경우 평가·보상체계가 적정했는지, 조직 차원의 유인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등 근본적인 문제까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자체 금고은행 입찰 과정에서의 과당 경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금고 운영이 은행 입장에서 사업적으로 매력적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본력이 우월한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낙찰되는 모습이 불공정 경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자체 금고 입찰을 단순한 이해타산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 '지역 내 자금 순환'과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까지 함께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은행들의 협력사업비 지출이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분석했는지 여부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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