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14.90%·산은 10.58% 보유LX판토스 합산 땐 조 회장 측 지분 49.88%국민연금 반대 이력···내년 3월 주총이 분수령
호반그룹이 한진칼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반그룹이 향후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곧바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조 회장 측에는 미국 델타항공과 한국산업은행 등 주요 주주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과거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찬성했다.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따라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수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약 20.6%를 소폭 웃도는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조 회장 측 지분은 20.57%, 호반그룹은 19.83%였다. 호반그룹은 7월 계열사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20.15%까지 끌어올리며 조 회장 측과의 격차를 0.42%포인트(p)로 좁혔고, 이번 추가 매수로 최대주주 자리를 뒤집었다.
호반그룹은 2022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은 여전히 '단순투자'로 기재하고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해 심사를 받고 있지만, 이사회 진입이나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 한진칼도 이날 최대주주 변경 보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한 뒤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기반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주요 주주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한진칼 지분 14.90%를 보유한 델타항공이다. 양사는 2018년부터 태평양 노선에서 JV를 운영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델타항공은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은 바 있다.
LX판토스도 조 회장 측의 우호세력으로 거론된다. 한진칼 지분 3.83%를 보유한 LX판토스는 대한항공과 항공화물 및 물류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57%에 델타항공과 LX판토스 지분을 단순 합산하면 39.30%다. 다만 이들 주주가 향후 모든 주주총회 안건에서 조 회장 측과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도 주요 변수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다. 조 회장 측 지분과 델타항공, 산업은행 지분을 단순 합산하면 46.05%에 이른다. LX판토스까지 포함하면 49.88%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향후 의결권 행사를 조 회장 측 지지로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한 이력이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에도 경영권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산업은행 지분은 공적자금 회수와 맞물려 언젠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물량이다. 매각 시점과 방식, 인수 주체에 따라 조 회장과 호반그룹의 지분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반면 조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거론되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모두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항공(JAL)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지분율과 취득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운항, 마일리지, 항공기 정비, 화물, 지상조업 등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만큼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인 주주로 거론된다. 그러나 JAL이 실제 주주총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연금도 조 회장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변수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당시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에 대한 감시의무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향후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는 양측의 경영권 경쟁을 가늠할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 호반그룹이 후보를 추천하거나 이사회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경우 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해진다. 특히 한진칼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이사회 규모를 기존 최대 11명에서 9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도 주총 표 대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변수다.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합산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집중투표제 역시 소수주주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호반그룹이 최대주주 지위를 활용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경우 조 회장 측도 기존 우호 주주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한진칼의 경영권 향방은 최대주주 지분율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고 본다. 호반그룹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지, 산업은행 보유 지분이 언제 시장에 나올지, 내년 주주총회에서 주요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핵심 변수다. 최대주주 자리는 호반그룹으로 넘어갔지만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과 기존 주주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경영권까지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고 해서 곧바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한진칼 경영권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