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자율경쟁 체제 도입’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드업계가 전자서명·무서명 카드업계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규모가 줄어들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금융권 전업계 카드사 사장들은 모임을 갖고 KDI가 제시한 밴 시장 구조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KDI의 방안에 대해 원칙적인 동의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월 KDI는 신용카드사와 밴사간의 협상으로 밴 수수료가 결정되는 현재 방식을 밴 사와 가맹점이 협상하도록 개편해 자율경쟁 체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간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밴 수수료 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말 카드사와 가맹점 간에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카드사의 수익성은 악화된 반면, 밴사는 카드 소액 결제 추세로 결제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밴 수수료 금액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하는 물론 전표를 수거할 필요 없는 무서명거래와 전자서명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드업계로서는 무서명거래를 확대하면 카드결제 시 결제 소요시간을 줄이고 전표 수거 업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매출전표 매입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밴사 입장에서는 먹이 시장이 줄어드는 셈이다.
현행법상 ‘신용카드 거래 시 반드시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감독규정에는 5만원 이하 거래에 대해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이를 근거로 카드업계는 대형할인점과 커피전문점 등에서는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서비스를 확대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밴사 측은 카드업계가 전표 매입 업무를 축소하는 것은 ‘밴사 죽이기’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밴사의 전표 매입 업무는 전체 수입의 60%를 차지한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아직 금융당국의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전표수거를 제외하는 건 밴사들에게 죽으라는 얘기와 같다”면서 “이와 관련해 같이 협의하는 과정도 없이 갑들의 일방적인 방안 발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밴사와 카드사의 갈등을 제어할 장치는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다. 밴사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미래창조부 소관이다. 카드업무를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가 밴사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이번에 발표되는 밴 시장 구조개선 방안 역시 입법 등의 방식으로 강제화되지 않는다. 즉 밴사들이 개편안을 따를 의무는 없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표될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밴(VAN)시장 구조개선 방안’에 카드사와 밴사가 또다시 충돌하게 되는 건 아닌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sj627@
뉴스웨이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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