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나 정부의 압박에 제대로 대응해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재계의 리더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현 정권에 눈치만 살피는 등 ‘무용론’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전경련을 대신해 대한상의와 경영자총연합회 등 오히려 중견기업 중심의 단체들이 정부의 방침에 적절하게 대응해왔다. 상법 개정과 환경 규제와 관련해 대한상의와 경총이 전면에 나서 적극적인 입장 개진에 나섰지만 전경련은 뒤에 숨어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창조경제특별위원회와 상생위원회 구성 등 박근혜 정권 입맛에 맞는 행보 일색이다. 현 정권에 밉보이기 두려워하고 무릎 꿇는 전경련으로 표현되는 것은 전경련의 ‘자업자득’이란 지적이 공감대를 얻고 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전경련이 대기업 중심에서 중견기업, 서비스업종 기업 및 단체 등으로 회원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회의적 전망이 많다.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박근혜 바라기’ 단체로 전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우선 긴급 처방을 내린 것은 위상 약화와 관련이 크다. 회장단 회의만 해도 4대그룹 총수의 불참, 유동성 위기에 빠진 총수들의 이탈, 오너의 잇단 구속 등으로 힘이 약해지면서 ‘반쪽자리’ 회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14일 열린 올해 마지막 회장단 회의에 고작 6명(총수기준)이 참석한 것이 이런 전경련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전경련이 10대그룹 위주로 포진된 회장단을 중견기업까지 외연을 넓히기로 한 것은 이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전경련의 방침으로 일단 NHN, 다음, 셀트리온, 서울반도체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10대 그룹 중심의 기조를 이어온 만큼 전경련의 정체성이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재계를 대변하는데 무능할 바에야 해체하거나 정체성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며 “유능한 인재를 기용해 국민과 재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도록 조직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한상의에 재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넘기고 재계의 싱크탱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사교모임’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라며 “이익 단체 보다 재계의 싱크탱크로 역할을 변화시켜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철 기자 tama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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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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