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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不通)의 정치 개혁 없이는 국가 미래도 없다

[포커스]불통(不通)의 정치 개혁 없이는 국가 미래도 없다

등록 2014.01.01 06:11

수정 2014.01.03 08:13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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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강한 한국을 만들자-정치

지난 12월3일 열린 여야 지도부 간 4자회담에서는 예산안 처리와 국정원 개혁특위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앞으로 새해에는 이 같은 모습이 자주 연출되길 기대하는 여론의 바람이 크다. 사진=김동민 기자 life@지난 12월3일 열린 여야 지도부 간 4자회담에서는 예산안 처리와 국정원 개혁특위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앞으로 새해에는 이 같은 모습이 자주 연출되길 기대하는 여론의 바람이 크다. 사진=김동민 기자 life@



정쟁 보다 토론, 반대 보다 협상···국민 뜻 수용
與 권력적 사고 탈피, 野 적극적 대안제시 화답
경제 발목잡기 그만···디딤돌 되는 선진정치를

2013년 계사년(癸巳年)은 적어도 한국 정치권에는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으로 수식하기도 어려울 만큼 무수한 사건들이 일어난 한 해였다.

박근혜 정부는 ‘1년차’의 동력을 갖고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한 각종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원칙론의 명분을 앞세운 불통이라는 오명과 잦은 인사(人事) 실수로 청와대와 정부는 주도권을 잃고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지켜봐야 했다. 여의도의 포성이 멎지 않았던 지난 1년 동안 한국 경제가 회복의 기로에서 주저앉은 이유다.

2014년 갑오년 시해가 밝았다. 정치권이 서로에게 겨눴던 서슬퍼런 칼을 내려놓고 주변을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다. 상당 기간 정상 궤도를 찾지 못하는 경제의 디딤돌이 되진 못할지언정 걸림돌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서는 안 된다.

◇정치권, 정쟁 대신 화합할 때 = 2013년은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결코 되돌이키고 싶지 않은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지속되고 있는 경제 저성장과 치솟는 실업률과 물가 때문만이 아니다. TV를 켜고 신문을 펼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하게 되는 정치권의 아귀다툼이 큰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정치권은 ‘피터지게’ 싸웠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난잡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주요 인사들의 인사청문회부터 날선 공방에 돌입했던 여야는 사사건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서로를 물어뜯느라 여념이 없었다. 임시국회와 정기국회를 막론하고 파행 한 번 겪지 않은 상임위가 없을 정도로 정쟁은 극심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관련한 특위와 국정조사는 여야 극한 대결의 하이라이트였다. 정치적 ‘휴지기’인 7월과 8월에도 정치권은 포성이 멈추지 않았고, 여야 의원들의 얼굴에서는 ‘밀리면 끝장’이라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결국 ‘사안 발생→정국 경색→대립 격화→활로 모색→화해 합의’의 무한 사이클 속에 지난 1년이 흘렀다. 정치권의 기본적 임무인 법안 심사와 처리, 정책 개발 등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미약하게나마 흘러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는 정쟁의 포성에 묻혀버렸다.

묻힌 것은 비단 이 뿐 만이 아니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자며 너도 나도 외쳤던 경제민주화는 이를 뒷받침할 주요 법안들이 갈 길을 잃으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세우는 경제활성화 역시 기대보다는 의문이 먼저 드는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교육·의료·복지 등 각계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견실한 법안들과 논의도 국회 내에서 이뤄지고 있었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해 그 성과와 혜택이 널리 적용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與, 권력적 사고 탈피해야 = 작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데는 여야 모두의 잘못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건강한 의사결정과 합의 과정을 공유하지 못한 채 책임 전가에만 몰두한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해법은 여권에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이는 집권 1년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도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권한을 더 갖고 주도권을 행사할 여지가 많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치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가 새누리당에 자율성을 주지 않고, 새누리당은 청와대 입만 바라보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정치가 실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야당의 협조 없이 법안 통과와 실질적인 정책 결정이 힘든 상황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권력적 사고에 치중한 것 같다”며 “야당과 일정 부분 타협하면서 성과를 내려는 실리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 내의 뚜렷한 상하구조를 완화시키면서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여권 내에서 조정하고 이를 다시 야당과 조율하는 과정을 매끄럽게 만들지 않으면 법안 하나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정치권의 현실이다.

◇野, 발목잡기보다 대안제시를 = 제1야당인 민주당은 1년 동안 자신들의 야성(野性)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100% 책임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딴지’로 정부조직 개편에는 무려 52일이 소요됐고, 정기국회는 한 달 간의 줄다리기 끝에 가까스로 개원했다.

야당의 ‘전매특허’인 장외투쟁 역시 빠지지 않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00일을 넘게 서울광장에서 노숙을 불사했고,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국회에서 먹고 자며 대여(對與) 공세를 퍼부었다. 이들은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투쟁의 방법과 상관없이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부의 실정에 대한 견제는 야당의 특권이자 의무다. 그러나 야권은 날카로운 지적과 질타에만 몰입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욕심이 앞서 여론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채 정쟁만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경우 수권정당을 지향한다고 공공연히 밝히면서도 현안에 대해서 좀처럼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바로 20% 언저리에서 정체돼 있는 정당 지지도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조리한 현장을 찾아 약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민주당의 최고 ‘히트상품’이었지만 당 전반에 대한 불신 기조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는 야당의 모습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지난 1년간의 비생산적인 갈등을 버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야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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