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까지 이어진 뒤 스토리는 종결됐었다. 하지만 매년 여름은 돌아왔고, 결국 팬들의 빗발치는 요구로 인해 ‘트랜스포머’도 돌아왔다. 박스오피스가 사랑해 마지않는 마이클 베이도 돌아왔다. 이제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됐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가 25일 개봉했다.
4편에 해당하는 이번 시리즈의 가장 특징은 소년에서 아버지로 변신한 스토리의 확장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아이콘은 사실 ‘옵티머스 프라임’도 ‘범블비’도 아니다. 어수룩한 소년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였다. 메간폭스에서 로지 헌팅턴 휘틀리로 여자친구를 갈아탈때까지 살아남은 그의 존재는 시리즈의 ‘진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4편은 과감히 ‘버전업’을 선택했다.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는 홀로 딸 테사 예거(니콜라 펠츠)를 키우며 살아가는 발명가다. 미성년자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감독하는 미국판 ‘딸바보’ 아빠다.
‘트랜스포머’는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면서 스토리 라인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 바로 ‘가족’이란 테두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자친구와의 갈등, 학교생활, 취업 문제 등 샘 윗위키의 ‘하이틴’ 스트레스가 ‘가족’을 묶는 이른바 ‘가족애’ 코드로 변환된 것이다. 연결점을 짓자면 ‘트랜스포머’의 ‘오토봇’ 군단 역시 ‘가족애’ 혹은 ‘동료애’를 통해 끈끈하게 뭉쳐진 그룹이다.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상 이 정도의 기본적 연결점을 생각한 한 것 같지는 않지만 ‘파괴지왕’으로 불리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본질에서 비춰보자면 의미 있는 시도는 분명하다. 전작 시리즈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아버지의 입장으로 ‘샘’을 지켜준다면, 이번 시리즈부턴 ‘친구 혹은 동료’ 느낌으로 상승된다. ‘아버지’ 케이드 예거,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 두 캐릭터 간의 감정적 연결점이 생긴 셈이다. 실제 스토리라인에서도 ‘옵티머스 프라임’은 케이드 예거를, 케이드 예거는 ‘옵티머스 프라임’을 의지하고 돕는 이유를 ‘가장’ 혹은 ‘리더’의 감정에서 찾는다.
스토리라인이 일대 변화를 겪었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최고 미덕은 각 시리즈별로 등장하는 ‘적’이다. 1편의 ‘메가트론’, 2편 ‘플론’, 3편 ‘쇼크웨이브, 센티널 프라임’ 등 개성 강한 캐릭터가 등장해 명확한 ‘선악’ 대립을 이뤘다. 4편에선 ‘트랜스포머’ 시리즈 사상 최강으로 불리는 ‘락다운’이란 캐릭터를 내세운다. 메가트론이나 플론, 센티널 프라임 등이 오토봇의 반대편에 선 디셉티콘의 캐릭터들이라면 ‘락다운’은 원작에서도 소속을 규정하기 힘든 미스터리한 캐릭터다. 원작 속 개념으로만 보면 현상금 사냥꾼으로서 막강한 전투력을 선보인다는 소개뿐이다. 실제 예고편에서도 거대 우주선 ‘나이트십’을 배경으로 걸어나오는 모습은 카리스마를 넘어 공포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고편에 등장한 “누가 너를 보냈지”란 옵티머스 프라임의 대사는 이번 4편의 스토리라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의 진짜 ‘셀링 포인트’를 들자면 오토봇 군단의 새로운 지원부대 ‘다이노봇’들이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거대 우주선들이 원시 지구를 덮치고, 지구에 있던 모든 공룡들이 멸종하게 된다. 이 장면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다이노봇’들은 원시 지구에 머물러 있던 ‘트랜스포머’의 원시인 형태로 보인다. 이들은 ‘옵티머스 프라임’의 명령에 정제되지 않은 괴성과 야수성을 드러내며 막강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트리케라톱스, 스피노사우르스, 익룡까지 ‘다이노봇’의 등장은 영화 후반부 ‘파괴지왕’의 ‘트랜스포머’ 정체성을 오롯이 담당하며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낸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최근 들어 아시아권을 타깃으로 삼는 시도가 이어진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서울에서 상당부분을 촬영하고 돌아갔듯이 이번 ‘트랜스포머’는 아시아의 국제 도시 ‘홍콩’을 영화 속에서 초토화시킨다. 중국 배우 리빙빙이 중요 캐릭터로 등장하고, 국내에서 활동했던 한경이 외마디 탄성을 내지르는 ‘황당한’ 캐릭터로 수초간 모습을 드러내는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한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예고편에서도 등장한 옵티머스 프라임과 다이노봇이 파괴하는 ‘동양식 기와 건물’ 장면도 그것 중 하나다.
25일 개봉과 함께 예매율도 90%에 육박하고 있다. 한 마디로 영화 속 ‘파괴지왕’의 본능이 박스오피스에서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포머’는 앞선 3편의 시리즈에서도 불가능할 것 같은 ‘도시 파괴 본능’으로 ‘격이 다른 스케일’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번 4편은 전작 3편을 모두 모은 것 이상의 ‘본능’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결국 ‘때려 부수는’ 본능에만 충실했기에 ‘산을 넘어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로 날라갔다’는 혹평을 듣고 있는 ‘트랜스포머’다. 이미 이런 혹평은 전작 3편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됐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오는 의견도 동일하다. “트랜스포머 인데 어때.”
결론이다. ‘트랜스포머’는 ‘트랜스포머’일 뿐이다. ‘압도성’이란 단어 앞에서 ‘트랜스포머’는 무조건 1번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도 ‘트랜스포머’의 팬들도 이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트랜스포머’의 미덕은 결국 거대한 스케일이며, 1700억원의 제작비를 움직인 ‘선장’ 마이클 베이는 그 미덕의 실체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혹평이 쏟아지면서도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메가톤급 흥행력을 선보여 온 이유다.
‘트랜스포머4’는 미국보다 이틀 앞선 25일 국내서 개봉한다. 5편은 오는 2016년 개봉 예정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cine5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