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채무유예 나흘 연장···이통사 결정 따라 존폐 기로
채권단이 팬택의 채무유예 기간을 연장했지만 기간이 나흘에 불과해 팬택은 시한부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동통신3사의 결정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팬택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팬택의 채무유예 기간은 4일까지였고, 채권단은 팬택이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출자전환을 추진했다. 단 매출채권을 보유한 이통사가 참여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통사가 4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채권은 채무유예 기간을 8일까지 연장했다. 이제 이통3사는 팬택의 명줄을 쥐게 됐다. 이통3사의 결정에 따라 팬택의 미래는 세 가지 정도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통사가 끝내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팬택은 부도 처리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택은 청산 또는 매각의 절차를 밟게 된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고민하는 것은 팬택의 독자 생존 가능성에 의구심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과열로 팬택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출자전환을 통해 팬택의 생존이 연장되기는 하겠지만 추가적인 투자를 하게 될 경우에 대해서 우려를 품고 있다.
이 때문에 채권 회수가 어렵더라도 차라리 지금 빠져 나오는 게 오히려 손실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통사가 끝내 팬택을 외면할 경우 져야 할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팬택을 쓰러지게 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걱정거리다.
팬택이 부도 처리되면 팬택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 등 7~8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한해 8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1800억원 규모의 채권 때문에 팬택을 쓰러지게 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팬택이 부도 처리되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삼성전자와 LG전자만 남게 되는 것도 이통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팬택에 흡수된 ‘SKY’ 브랜드를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었던 것과 KT가 에버·테이크 등의 자체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것도 제조사와의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따라서 이통사가 팬택의 주요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삼성이나 LG 등을 상대하면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통사가 오는 8일까지 전격적으로 출자전환에 동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팬택은 기사회생해 정사화의 길로 들어선다.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팬택을 지원하고 팬택은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팬택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보급형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의 업체가 팬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이통사에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워크아웃 무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의지가 있으면 이통사에 출자전환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채무유예 등의 방법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쓰러지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이통사를 끌어들이는 것은 책임을 덜기 위한 명분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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