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2일과 23일 나란히 주요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인하했다. 이번에 출고가가 조정된 기종은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주력 제품이거나 혁신적인 성능으로 눈길을 끌었던 전략 제품들이다.
LG전자는 출시 후 2~3개월이 된 보급형 모델 G3비트와 SK텔레콤 전용 모델인 G3A의 가격을 지난 22일 각각 7만원과 5만5000원 인하했다. 삼성전자는 23일 갤럭시S4의 출고가를 5만5000원 내려 64만4600원으로 조정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갤럭시 알파와 갤럭시 노트3 네오 등 일부 제품이 출고가 인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출고가 인하 조치가 사실상 자발적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정부와 이동통신사의 압박에 따른 반강제적 결과인 탓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실제로 지난 13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시장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직접 휴대전화 출고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발언까지 전했다.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인위적 출고가 인하 압박을 통해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출고가 인하 정책이 당장에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전체업계를 좀먹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제조사들이 대놓고 반발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이들의 속앓이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서 출고가 인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출고가를 내리지 않겠다고 맞선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제조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출고가에 손을 대려 한다면 회사의 수익성 여부를 넘어 글로벌 톱클래스 수준인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제조 기술과 마케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전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책정된 스마트폰 출고가는 개발비나 물류비, 마케팅 비용 등이 모두 합산돼 설정된 것”이라며 이것을 무단으로 조정한다면 개발 쪽 예산이 줄어들 수 있고 이는 곧 품질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시장 안팎의 상황은 ‘전체 가계에서 자동차 유지비가 너무 많이 지출되니 정부가 찻값을 내려라’라고 자동차 제조사를 압박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정책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인상의 원인 중 하나가 스마트폰의 비싼 출고가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진짜 원인은 이동통신사의 요금 체계에 있다”며 “통신사의 요금 체계 조정은 쉬쉬하면서 왜 제조사부터 들볶는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사만 압박한다고 해서 통신비 과다 지출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알아줬으면 한다”며 “모쪼록 소비자와 스마트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정·관계가 머리를 모아 공동의 실익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빨리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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