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은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고국의 대중들과 마주한 유승준은 다소 초췌한 모습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90도로 인사했다. 그리고는 이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어눌한 말솜씨로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사죄하는 마음에 무릎을 꿇었다”고 설명했다.
유승준은 19일 오후 한국 시간으로 10시 30분, 홍콩 현지에서 생중계로 아프리카TV를 통해 지난 2002년 병역 기피 논란으로 국내에 입국 금지를 당한 이후 13년 만에 입을 열었다.
이날 유승준은 미국 영주권자임에도 과거 병역 기피 의혹을 받게 된 사연부터 미국 시민권치득 과정등의 경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먼저 유승준은 “사죄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작년까지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잘못은 제가 해놓고 마치 억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 모든 것들이 저의 잘못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우치고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13년이 지난 지금 고국의 대중들 앞에서 사죄를 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후 유승준은 가수 활동 당시 각종 언론 매체들을 통해 이야기 한 경위에 대해 “한번은 집으로 가고 있는데 어떤 기자분이 와서 ‘이제 군 입대 해야지’라고 묻더라. 그리고 ‘해병대 같은 곳에 가는 것이 어떻느냐’는 말에 ‘괜찮죠’라고 말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다음날 신문 1면에 ‘유승준 자진입대’라고 기사가 났다”고 털어놨다. 이후 각종 프로그램에서 군대 관련 질문이 나올때마다 어쩔 수 없이 긍정적인 대답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돈이 궁해서 나오게 된 것 아니냐는 일련의 주장들에 대해 중화권에서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한 점을 예로 들며 조목조목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했고, 당시 소속 회사에서 유일한 수입원이 본인이었으며 앨범 발매 계약을 했던 외부 상황도 설명했다.
또 유승준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 때문에 시민권을 획득했고, 군대를 가지 못한 개인적인 이유를 설명해 보는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당시 유승준은 신체검사를 받고도 일본 공연 스케줄을 끝낸 후 미국으로 넘어가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는 “당시 무대에서 추락해 허리를 다쳐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수술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버지의 설득으로 결국 수술을 했다. 그 때문에 ‘병역을 기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버지가 영주권자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시민권 신청을 한 것”이라며 “한번은 시민권 취득을 거절하려 했지만 타이밍도 절묘하게 다시 시민권 인터뷰가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 이후 왜 초기 진화에 실패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당시에 마음을 바꾸라고 한 사람이 지금의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 뿐이었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때 내가 피해자인 줄 알았다”는 대답으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한국에 왜 못들어가냐는 질문에 대답도 못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해줄말이 없어지더라”면서 자신의 의지에 가장이라는 위치를 더해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된 인터뷰 시간동안 유승준은 자신은 군대를 가기 누구보다 원했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으로 병역 기피 의혹을 받게 됐고 군대를 가지 못했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변명’이 주를 이뤘다. 정작 고국의 대중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 “용기가 없어 뉘우침이 늦었다” 등의 사과를 하고는 있지만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려했던 부분은 단 한군데도 없는 것이 된다.
물론, 그를 둘러싼 루머가 온전한 사실이 아님은 대중들에게 충분히 전해졌다. 하지만 유승준의 ‘나름대로’의 진실된 고백 이후에도 그의 사과를 지켜본 대부분은 여론은 여전히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뷰 마지막에 유승준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사죄의 말씀을 드리는 것 죄송하다. 용기가 없어 여러분들에게 나서지 못했고 늦게나마 사죄의 말씀을 전하게 돼 죄송하다”며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고 이전의 유승준이라는 이름을 다시금 회복하고 싶다. 저 때문에 많은 허탈감과 실망하셨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여전히 답답하다”며 만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군대를 가려고 했지만 개인적인 이유라는 것 자체도 변명인 것 같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행동들과 빨리 뉘우치지 못한 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며 거듭 용서를 구한 그가 젊은 나이에 했던 ‘실수’라고 하기에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미 그는 병영 의무 최대 나이인 서른여덟을 1년 넘긴 서른아홉이다. 지금의 병영법에 빗대어 보자면 더 이상 병영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문제될 것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승준은 지금이라도 입대를 할 수 있다면 이를 수락해서라도, 또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한국땅을 밟고 싶다고,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바라는 그의 호소에는 분명 고국을 향한 진한 그리움이 묻어있었다. 피해자는 아니지만 지난 13년의 시간동안 받았던 심적 고통은 생각보다 컸던 것을 가늠해보면 ‘측은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당시를 풍미했던 스타 유승준이었기에, 대중들이 그를 향해 쌓았던 신뢰가 높았기 때문에, 그만큼 유승준을 향한 배신감은 컸으며, 아직도 그를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 딱 13년만에,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한 다소 미덥지 못한 고백이 차가운 대중들의 마음을 녹이고 가족들에게 당당한 아빠와 남편이 될 수 있을까.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beautyk@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