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실상 사과 끌어내고 남북교류 물꼬까지공동합의문 남측 요구 사항 대부분 담겨
이번 합의문에는 정부가 끈질기게 요구해왔던 북한의 지뢰도발에 따른 사과를 끌어냈다. ‘유감’이라는 다소 어색한 표현을 썼지만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목함지뢰 사건이 북한의 의도적인 소행이라는 점을 시인했다는데 정부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새벽2시께 6개 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보도문은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함.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 ▲북측은 준전시상태 해제.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도 계속. 9월 초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 활성화 등이다.
◇사실상 북한의 사과 끌어내
김 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고 밝혔다.
‘북한 사과’는 이번 남북 회담의 주된 의제였다. 청와대는 이날 합의문에서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대목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두고 청와대에서는 “사실상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도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한”이라는 단서조항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요구해왔던 사항에 대해 반영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북교류까지
이번 회담에서 또 다른 핵심은 의제였던 이산가족찾기 만남 역시 큰 의미를 담겼다. 그동안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거절하거나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이산가족 상봉을 실시하고 앞으로도 계속 해나간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조항을 담았다. 또 적십자 실무접촉도 다음달 초에 갖기로 한 것도 한발짝 더 나간 셈이다.
남북 당국 회담을 서울이나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과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 활성화 조항을 담으면서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 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청와대는 조만간 개최하기로 한 ‘당국회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회담이 고위급 접촉이었던 만큼 추가 회담 역시 고위급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 남측이 주도 큰 성과 될 듯
이번 회담은 무엇보다 남측의 요구사항이 그대로 담겼다는데 정부도 큰 의미를 뒀다. 사과 요구와 재발방지에 이어 남북교류까지 상당한 성과라는 시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도 강하게 대처해왔고 이번 지뢰와 서부전선 폭격 도발과 관련해서도 양보없이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한 만큼 회담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표현했다.
43시간 마라톤 협상에서도 한차례 양보 하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서 “사과와 재발방지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북측을 압박해왔다. 당초 북측은 우리측 협상에 난색을 표하며 협상이 결렬 위기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남측이나 북측 모두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중요한 만남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산가족만남과 당국 회담을 통해서도 더 많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aewoni88@
뉴스웨이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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