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온 내부 불만 2년 만에 표출대·내외 논란에도 감행한 개혁안···성적은 ‘별로’예견된 경질에도 그룹 믿고 살생부 작성
그동안 업계에서 찬반논란이 많았던 주 사장의 실험정신은 독단적이었단 사실 때문이다. 실험정신이 독단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화투자증권 역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내부 불만, 약 2년 만에 집단 행동으로 표출
한화증권은 최근 2년 간 리서치센터를 비롯해 내부 직원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2013년 정규직 1476명, 계약직 211명이던 직원수가 2015년 현재 정직원 950명에 계약직 64명으로 줄었다.
무엇보다 매도리포트 시행을 도입한 이후 제도 시행에 불만이 있는 리서치센터의 연구원들이 대거 빠져나가 현재는 파견직을 포함해 35명이 남아있다.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도 주 대표의 ‘실험 정신’은 끝나질 않았다.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 선택제’가 내부 불만을 폭발시키는 단초 역할을 했다.
이 제도 시행과 관련해서는 리테일본부 지역의 사업부장과 지점장 50여명이 주 대표실을 찾아가 유보를 요청하며 이례적인 집단 행동에 나섰다.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이 직접 상담 계좌와 비상담(다이렉트) 계좌 중 선택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주식거래 시 수수료율이 차등 적용되는 방식이다. 비상담 계좌는 단순 정액 수수료만 부과한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대부분은 온라인 고객의 경우 상담원과의 상담 이후 HTS를 개설하는 식의 방식을 취한다. 간접투자가 많은 해외와 달리 직접 투자의 비중이 높은데, 대부분이 자문 없이 계좌를 운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직원들은 후속 조치가 없는 상황에 고객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근거로 유보를 요청했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히 해당 이유에서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제도에 대해 직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중소형 증권사인 한화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가 주로 하고 있는 자산영업 형태를 따라 가려고 하기 때문에 영업 직원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으로 자산총계 7조, 증권사 순위로는 13위에 해당하는 중소형 증권사다. 현재 작은 규모의 증권사들은 대부분 주식영업, 대형 증권사들은 자산운용업을 중심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데 과거 삼성증권과 우리투자금융에서 추구했던 방식을 적용코자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 대표가 직원들과의 소통, SNS를 통한 소통에 힘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도 시행에 있어서 상명하달식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내부 균열의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혁안 강행에도 성적표 초라
주 대표는 취임 직후 매도리포트 작성, 과당매매 근절, 사내 편집국제 도입, 복장자율화, 학자금지원, 대규모 구조조정, 직원연금조성, 임원진 자사주 의무보유, 열린 주주총회 개최 등 다양한 개혁안을 내놓았다. 실제로 개혁안 추진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성적은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올 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두 건이나 제출하며 관심을 모았던 매도리포트 개혁안의 결과는 암울했다. 전체 보고서 중 올해 제출된 매도 보고서는 2건에 불과했다.
보고서 발행 건수는 일주일에서 열흘에 1건 수준으로 미미했다. 보고서에서 외래어의 남용을 바로잡고자 언론사 출신 편집국장을 영입해 편집국도 설립했지만 실질적으로 실력 발휘할 기회가 많이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취임 초 350여명의 직원 해고를 비롯해 투자자권유대행인(투권인) 제도 폐지 등 과감한 인사 조치로 업계의 우려를 샀지만, 이를 뒤로 한 채 감행한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상반기 증시 호황으로 업계 전체적인 실적이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아쉬운 실적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증권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17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10대 증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096억8000만원, 846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은 4배 가량, 순이익은 7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영업이익은 240억원, 당기순이익은 16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리테일 사업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보다 20%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실적 개선 수준이 큰 점수를 주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투권인 논란까지 갈길 잃은 한화증권
주 대표의 논란으로 한화증권은 길 잃은 배 형국이다. 주 대표가 그동안 진행해온 사업들이 광범위 했고 무엇보다 투자권유대행인(투권인)제도 폐지와 관련해 불공정행위 의혹까지 나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권인의 일방적인 해지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조사 뜻을 나타냈다. 주 대표의 선택 때문에 한화증권으로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 대표 스스로도 경질을 예상했다는 사실이다. 주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경질을) 예상했었다”고 밝혔다. 임기 보장을 위해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위약금으로 2~3배의 보수를 요구했으며, 결국 2년6개월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는 것이다.
경질을 이미 예상했다는 사실과 투권인을 대상으로 살생부를 작성한 사실 때문에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대표 역할 보다는 구조조정 전문가 역할이 치우졌기 때문이다.
취임 후 집행한 350여명의 대규모 해고조치는 인건비 절감으로 단기적인 실적 개선에 반영됐다. 고객 중심 경영책을 내세우면서 투권인제도 폐지를 통해 투권인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회사 수익으로 돌리고자 또 한번 살생부를 만들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이 불가피 하지만 여전히 주 대표의 경영철학은 진행 중이다.
최은화 기자 akacia41@
뉴스웨이 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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