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등 악재에 금융·노동 등 4대 개혁도 더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의 경기부진 등 대외 악재가 단 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적은 데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변변치 않아 경제 펀드멘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천연자원이 없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 미래 성장엔진인 수출마저도 급속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 소비와 내수 위축의 주범인 저출산, 고령화, 실업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도 요원한 상황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경제 자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3%대 성장 드물어
한국경제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4%대 이상의 고성장 가도를 달리다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급작스러운 대외 충격으로 0.7%까지 내려앉았다.
이듬해 6.5%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2011년 3.7%로 떨어진 뒤 2012 년과 2013년에 다시 2%대까지 추락했다가 지난해 3%대를 겨우 회복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또 얘기가 달라진다. 각종 대외 악재와 수출 부진 여파로 정부 전망과 달리 2% 성장세가 유력하다
앞으로도 문제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는 아직 3%대가 대세이긴 하지만 전망치 조정과정에서 계속 내려가는 추세여서 3%대 성장률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의 경기부진 등 대외여건이 올 해에 이어 내년에도 크게 호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목소 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수출 부진 직격탄···성장률 줄줄이 인하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이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제시했다.
독일 데카뱅크는 무려 2.0%로 보고 있고 모건스탠리는 2.2%, 씨티그룹은 2.3%, BNP 파리바는 2.4%, 노무라 2.5%로 각각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지난 8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0.5%포인트 낮췄다.
국내에서는 LG경제연구원이 2.7%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최근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집계한 투자은행들의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전달보다 0.2% 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중국 성장 둔화 등의 여파로 경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머지않아 2%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기준으로 삼은 성장률 전망치는 3.3%다.
KDI는 3.1%로 추정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3.3%를 예상하고 있다. 조만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내년도 2%대 성장 전망이 나오는 것은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성장 둔화라는 굵직한 대외 악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전망치를 1.0% 포인트나 낮추고 2017년 전망치도 2.9%로 제시하면서 그 배경으로 중국 경기 둔화를 들었다.
무디스도 중국 수출이 줄어들면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가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데카뱅크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은 올해보다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올해 한국 성장률이 상당수 국내외 기관의 예측대로 2%대 초중반을 기록한다면 한국 경제는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무는 것이다.
◇금융 등 4대 개혁, 좀비기업 퇴출 등 절실
한국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 연속으로 2%대로 떨어진다면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경제에 투입될 생산요소 자체가 줄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3%대 중반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5년 동안 2.5%로 하락하고 2020년 이후에는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잠재성장률이 빨리 줄어들면 투자와 소비도 위축돼 실제 성장률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선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선 금융, 노동 등 4대 개혁 가속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가계부채와 함께 한국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꼽히는 좀비기업도 서둘러 퇴출해야 한다.
좀비기업이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고 금융지원에 의해 연명하는 기업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이 해당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정부 재정지출이나 금리 인하 등으로 인한 유동성이 견실한 기업으로 흘러 들어 갈 수 있다. 이 자금을 수혈받은 기업들이 성장하고 고용을 창출해 내수와 수출을 늘리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간 경제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예대마진에 의존할 게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이 선행해야하는 이유다”라며 “실효성 있는 구조개혁과 함께 저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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