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너도나도 ‘사회공헌’···결과에 영향?

롯데 신동빈, 두산 박용만 전면 나서 공약 제시

결국 보세 관리능력으로 판가름 날 전망

지난 12일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올 연말 만료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입찰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사회공헌’ 공약을 내놓고 있다.

특히 롯데와 두산은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과 박용만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면서 사회공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12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2020년까지 5년간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점 수성에 나선 롯데면세점은 중소 파트너사 동반성장펀드 조성, 중소브랜드 매장면적 확대, 인큐베이팅관 도입, 취약계층 자립지원 등을 위해 2020년까지 5년 동안 총 15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업계 최대 규모라고 롯데면세점 측은 설명했다.

박용만 두산 회장도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직접 사회공헌 계획안을 내놨다. 두산은 면세점 특허권 획득 시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순수한 기부금으로만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두산은 현재 면세점 획득시 5년간 약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 환원액은 5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날 저녁 동현수 두산 사장 역시 두산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두산이 영업이익의 약 영업이익의 3.9%를 사회공헌에 쓰고 있다”며 “이번에 면세점을 준비하면서 이익 대비 사회환원 비율을 5%로 하겠다고 보고하자, 박용만 회장이 ‘최소 10%이상으로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열린 두산 간담회에서 동현수 사장이 사회공헌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두산 제공

일각에서는 이같이 면세점 업계가 주변 상권 및 협력사와 상생하고자 하는 자세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국가로부터 특허를 받아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회에 이익의 일부를 환원한다는 계획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일각에서는 면세점이 국가 관광사업과 연계돼 있는 사업이고 까다로운 영역인 만큼 면세점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전은 기존 사업자의 특허권을 지키거나 빼앗는 경쟁인 만큼 기존 사업자를 뛰어넘을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자의 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관세청은 이번 사업권 평가에서 지난 신규 사업자 선정 때보다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의 배점을 50점 높였다. 관세청이 공개한 평가기준에 따르면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은 총 1000점 만점에서 300점으로 배점 비율이 가장 높다.

반면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는 150점 만점으로 비중이 비교적 작다. 실제로 지난 7월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지만 평가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롯데와 두산이 사회공헌에 공을 들이는 것과는 달리 SK네트웍스와 신세계는 조용한 분위기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동대문 상권과 관련된 상생 계획은 면세점 사업계획서에 포함돼 있지만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나 구체적인 금액 등으로 정한 사회공헌 공약은 없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관계자 역시 “지난 7월 입찰 당시와 마찬가지로 남대문 상권과의 상생을 위한 사업은 계속 진행되지만 사회공헌 내용이 사업계획서에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혜인 기자 hi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