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별 할당되는 것 아냐” 수습 총력우려 확산되자 당정, 기금 조율 가능성 열어둬김무성 “국익보다 정치적 입장 선순위 돼 아쉬워”메가 FTA 앞두고 선례 만들어···제계부담 급증 우려도
정부는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명에 나섰고 새누리당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 진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중FTA 피해보전 대책으로 기업들에게 자발적 기부를 받아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 농어촌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재계는 상생기금 조성이 준조세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내는 주체와 조성방법 등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가운데, 목표액을 맞추기 위해 자발적 기부가 사실상 반강제적 할당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1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것이지 준조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세제혜택을 제공해 기존 사업의 이전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세액공제·손금산입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돈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도 이날 “1조원이 기업별로 할당되는 게 아니고 수출기업에 부과되는 것도 아니다”며 “기업이 원하는 대로 사용처까지 지정할 수 있다”고 강제성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제계가 이번 상생협력기금에 신경이 곤두선 데는 최근 각종 부담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제계가 부담한 부담금은 16%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늘어난 액수만 해도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여론이 농어촌 피해 지원을 기업에 떠넘긴 모양새로 흘러가자 당정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의견 조율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좋은 의미로 했는데 과도했다면 조율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2일 “기업에는 준조세가 되고, 기부금이 부족하면 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한중FTA 처리과정에서 국익과 국정이 최우선 돼야 하는데 정치적 입장이 선순위가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정부도 재단형태의 기관을 설립해 기금을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운영계획을 밝혔다. 기재부 정 국장은 “지난 2010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재단을 만들었다”며 “재단을 통해 기부금 손금산입과 7% 세액공제 혜택을 이중으로 처음 제공하기 때문에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메가FTA를 앞두고 당정이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메가FTA들은 한중FTA보다 파급력이 큰 만큼 기업에 대한 기금 성격의 준조세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한중일FTA 4개의 메가FTA를 추진 중이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관련태그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hsc329@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