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그러나 금융사들의 치열한 유치경쟁은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ISA가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는 투자 상품이고 이런 위험성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이 다반사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재형저축처럼 개별상품에 세제혜택을 준 것과 달리 ISA상품은 통장이라는 바구니에 세제혜택을 주고, 가입자가 예적금·펀드·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정해 자금을 적절히 배분 투자할 수 있는 통장이다.
금융권에서 ISA에 가입만 하면 세제혜택이 큰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대다수 금융 소비자들의 경우 수수료를 빼고 나면 큰 수익이 없다. 이 점이 재형저축 등 개별상품 세제혜택과 다른점이다.
ISA가 판매된 지 2주간 현황을 보면 93만 계좌 정도가 개설됐다. 이 중 은행은 87%, 증권이 13%를 발행했다. 가입 평균금액은 은행은 35만원, 증권사는 300만원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실속 없는 제도와 허술한 시행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적 또한 자원만 낭비하는 천원, 만원의 통장이 대다수여서 금융소비자들에게 부자를 만들어주는 통장이라기 보기 어렵다.
현재 증권사들의 수익원으로 알려진 ELS의 경우 고객 손실이 커지면서 불만과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ELS와 같은 초위험 상품을 ISA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팔 수 있게 길을 열어줬다.
ELS 판매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사기, 불판(불완전판매)을 일상화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판매 행태를 바로 잡기는 커녕 ISA를 계기로 규제를 완화해 불법적인 판매만 더욱 확대시켜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점에 비춰볼 때 증권사를 거래하는 고객의 피해는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런 점을 인식하기보다는 증권사들로부터 ISA에 환매조건부채권(RP), 한국주식형펀드, 해외주식형펀드, 원자재ETF, 헤지펀드 등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환매조건부채권(RP) 끼워팔기 등 무차별 변칙 판매를 묵인, 방조,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증권사들이 연 5.0%의 높은 수익을 올려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는 RP상품의 경우 실질적인 이익이 극히 적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별로 없다. 이 상품의 최대한도인 500만원을 가입했다고 했을 때 가입자의 이익은 고작 6만2500만원 정도다.
연 5.0%의 수익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25만원 정도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상품 만기가 3개월로 한정됐기 때문에 수익은 적다. 금융소비자들은 ISA의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입해야 한다. 가급적 섣불리 가입하지 말고 제도적으로 보완되고 정착된 시점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적절한 규모로 적절한 기간을 결정하고, 가입해도 늦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ISA가 만능통장이라며 장점만 부각시키고 지금처럼 금융사들의 수익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면, 전 국민에게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국민부자 프로젝트라며 무차별적 투자성 금융상품 가입만을 부추기는 행태나 금융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행위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동시에 투자성 상품의 계약철회기간 제도 도입, 연령별, 소득별 등을 고려한 혜택의 규모, 기간의 차별성 강화, 고객투자성향제도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또 창구 거래시의 녹취의무, 배상책임 등 실질적인 ISA제도 보완과 금융소비자보호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ISA 취지가 국민자산증진 일환으로 만들어진 만큼 본래의 목적대로 방향성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ISA가 은행이나 증권사의 돈벌이 수단이 아닌 국민들의 자산 형성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ISA를 둘러싼 일부 혼선과 잡음은 국민의 몫으로 귀결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ISA 문제점을 하루 빨리 보완하고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실현해 금융소비자들의 자산 증대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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