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 배우 김민희 인터뷰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영화 ‘아가씨’는 크게보면 하나의 사기다. 그런데 왜, ‘아가씨’는 특별하게 다가올까.
원작은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이다. 원작에서 배경이 되는 1840년대 영국을 1930년대 경성으로 옮겨왔다. 시작은 비슷하지만 2,3부로 전개될 수록 전혀 다른 작품을 마주하는 느낌을 안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민희가 있다.
영화 ‘화차’(2012)에서 김민희의 눈빛 연기를 잊을 수 없다. 이전까지 다소 불안정한 연기력을 보여왔던 김민희였지만 그녀는 작품을 거듭하며 성장했다. 그리고 ‘화차’를 통해 봇물을 터뜨렸다.
이후 ‘우는 남자’(2014),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까지 김민희는 정말 부지런히 달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과 만났다.
김민희는 데뷔후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의 손을 잡았다. 박찬욱 감독이 ‘핑거스미스’를 영화로 각색한다는 사실이 영화계에 전해지자 아가씨 역에 누가 낙점될지 기대가 모아졌다. 박 감독은 주저없이 김민희에 러브콜을 보냈고 잘 어울린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민희는 무척 여유로와 보였다. 긴 생머리에 원피스가 극중 아가씨를 연상케하며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 영화를 본 소감은.
“박찬욱 감독님의 색이 잘 묻어나는 영화 같았다. 조진웅 선배가 향이 짙은 영화라 말하셨는데 거기에 동의한다. 원작에서 아가씨의 모습들이 표현하기에 재밌을 것 같았다. 나른한 분위기나 그런 것들이 더해져 그런 것 같다. 영화에 녹아들어 새로웠고 다른 모습처럼 다가왔다.”
- 원작은 읽었나.
“일부러 보지 않았다. 시나리오에 충실하고 싶었고 박찬욱 감독님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걸로 받아들이기 충분했다. 원작이랑 비교할 필요는 없었다. 필요했다면 봤을텐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서 보지 않았다. 히데코는 새롭게 창조되었다고 생각한다. 또 박찬욱 감독님께서 원작을 꼭 봤으면 좋겠다고는 하지 않으셨다.”
- ‘아가씨’ 시나리오를 읽고 3일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던데 어떤 매력에 끌렸나.
“맞다. 기억속에 2,3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원래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히데코라는 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매력에 끌렸다. 반전도 재밌었다.”
- 다양한 감정 중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은.
“나른함이었다. 영화를 읽으며 그런 분위기를 좀 다르게 느꼈다. 색달랐다. 재밌었달까. 감독님께서 그걸 어떻게 그릴지 궁금하기도 했다.”
-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나.
“‘올드보이’를 재미있게 봤었다. ‘박쥐’도 굉장히 특색있는 작품이라고 좋게 봤었다. 사석에서 박찬욱 감독님을 뵌 적은 있었다. 영화제나 뒤풀이 등의 자리었는데 지나치면서 잠깐 뵀었다.”
-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준비 과정이 디테일하시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공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며 박찬욱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았다. 소품과 가방도 고르는데 도움을 주셨다.”
- ‘아가씨’를 표현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히데코의 감정에 충실하며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까지 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보여드릴 수 있는 만큼 보여드리면 홀가분 한 것 같다. 홀가분 하다는건 할 수 있는 만큼 다한 것 같아서다. 아쉬움도 남겠지만 어떤 작품을 할 때 부족한대로 후회 하고싶지 않다. 그때 충실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싶다.”
- 일본어 대사는 어떻게 준비했나.
“촬영에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선생님과 공부했다. 일본어를 배워야한다는 귀찮음이 있었지만 하다보니 입에 익고 편안해지면서 늘 일본어를 흥얼거리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열심히 했다. 일본어 대사를 감독님이 철저하게 구현하려 하셨다. 감정이 다른 언어와 섞이니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 베드씬이나 노출 수위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촬영하면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영화에 필요한 것들이고 제가 잘해야 했다. 제 선택이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만큼 하자고 마음먹었다. 힘든 부분이 당연히 있었지만 대사가 많아서 편했다. 친근한 느낌이 강했다.”
- 신인 때는 어땠나.
“신인 때와 비교해 지금 연기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달라졌다. 20대 초반에 데뷔해서 10년이 지났다. 마음가짐이 가장 달라졌다. 연기하는 것을 재밌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달라진 변화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과 즐거움이 없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 지금 즐거운가.
“연기? 재미있으니까 하는거다.(웃음).”
- 연기에 대한 재미가 떨어지면 그만 둘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웃음)"
- 연기에 가장 크게 차지하는 부분은 뭔가.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점이다. 재미라는 단어. 즐겁고 기쁘게 일하는게 좋은 삶 같다.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고된 작업이다. 연기 자체가 쉽지 않다. 즐기며 하지 못하면 얻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제가 하는일을 즐기고 싶다. 그게 가장 큰 기쁨이다. 연기를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 홍상수 감독과도 작업을 했는데 박찬욱 감독과 작업은 어떻게 다른가.
“감독님들은 저마다 스타일이 존재한다. 그리고 감독님들의 스타일을 다 존중한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영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맞춰드릴 부분은 맞춰드리면서.”
- 감독의 스타일에 다 맞추는 편인가.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며 소통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특별한게 아니면 그러지 않는다. 영화는 감독의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저보다 더 확고한 사람들이다. 저는 거기에 맞게 연기를 하고 싶다.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다.”
- 칸에서는 어땠나.
“낯선 상황이었다. 낯선 관객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시는데 좋은 마음도 있었지만 장소가 낯설어서 그런지 낯설기도 했다. 낯설음? 아니 ‘낯섦’이다 ‘낯섦’으로 해달라. 극장도 큰데 관객들을 향해 5분 넘게 웃고 있으면 스스로 어색해진다.(웃음)”
- 또 칸에 가고싶지는 않나.
“기회가 되면 또 가고싶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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