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모르는 ‘문외한 CEO’ 회사 체질 망쳐한진해운 4년 이끈 김영민 사장이 대표적성수기 비싸게 계약한 용선료에 발목 잡혀5년뒤 부매랑···부채비율도 껑충 회사 망쳐
나름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방했던 대한민국 해운업계의 갑작스러운 침몰에 해운업계는 물론 전 산업계가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해운업계의 갑작스러운 침몰에는 여러 배경과 이유가 있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나빠지고 유동성 현금이 줄어든 것이 익히 알려진 대외적 이유다.
그러나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지적은 다르다. 내부 조직의 문제 때문에 해운업계가 망가졌다는 지적이다. 회사 사정이나 해운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영인이 경영을 맡으면서 이들이 내린 오판이 결국 업계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최은영 전 회장과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이후 전문경영인들이 회사 경영을 총괄했다. 두 사람 모두 가정주부였다가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망으로 경영에 나섰다. 때문에 경영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꼬리표가 늘 달렸다.
오너를 도와 회사를 이끈 전문경영인들 중에는 회사를 살린 이들도 있는가 하면 되레 회사를 망친 이들도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실패한 전문경영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김영민 전 한진해운 사장이 꼽힌다. 김 전 사장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출신 성분이다.
해운업이나 항공업 등 물류 관련 업종은 그 사업을 직접 경험했거나 업황에 정통한 베테랑이 CEO를 맡아야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해운맨 출신이 아님에도 해운사의 사장을 맡았다. 김 사장은 외국계 금융권 출신 인사다.
김 전 사장은 최은영 전 회장이 앉힌 인물이다. 선사 발전을 위해서는 해운업 본원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최 전 회장과 김 전 사장은 회사의 재무 상태를 개선시키면 자연스럽게 회사도 발전한다고 오판했다.
해운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에 회사의 재무를 오히려 축낸 사례도 김 전 사장 재임 시기에 나타난 일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경기 회복의 반짝 효과가 나타나자 한진해운은 호황에 대비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세보다 2~3배 더 비싼 값에 용선료 계약을 맺었다. 결국 이것이 5년 뒤 부메랑이 돼 한진해운을 망치는 주범이 되고 말았다.
영업실적이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어음과 회사채 상환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무리하게 부채를 차입한 탓에 재무구조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실제로 2009년 김 전 사장이 취임할 당시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55%에 불과했지만 2013년 퇴임 당시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445%까지 치솟았다. 또한 전체 자산 중 차입금의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 또한 취임 당시 44%에서 4년 후 80%까지 뛰었다.
김 전 사장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퇴임 이후의 과정도 연관돼 있다. 김 전 사장은 퇴직금으로 20억원을 수령했다. 4억원 수준이던 연봉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최은영 전 회장과 더불어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계의 안타까운 침몰은 업계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경영을 총괄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경영 실패의 주범은 국가 기간산업 전체를 휘청거리게 한 과오가 있는 만큼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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