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대통령에 엘리트 관료까지 ‘최순실 블랙홀’“윗선 지시 처리한 것···실무자 역할에 불과” 당황관가, 시킨 일 했는데 ‘최순실 사업’이었나···불안감
21일 관가는 분통을 넘어선 충격을 받은 듯하다. 전날 검찰의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관료 중 엘리트라 꼽히는 현직 장차관까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일부는 구속까지 됐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들이 믿기지 않는 듯 한 모습이다.
검찰은 이날 최 씨와 측근들에게 이권을 챙겨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13년 10월 2차관에 오른 박근혜정부 최장수 차관이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센터에 16억여원의 후원을 강요한 혐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녹취록이 공개된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 포기 종용 의혹, 승마협회 의혹을 조사한 문체부 간부 인사조치 의혹도 남아있다.
‘체육계 대통령’이라고 불렸다던 김 전 차관이 검찰에 출석하는 동안 문체부는 ‘최순실·차은택 예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업에서 1748억원이 잘려나갔다. 윗선의 말에 밤새워 담당 예산을 꾸린 직원들만 허탈해진 셈이다.
‘최순실 여파’는 문체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검찰의 안종범 전 경제수석 공소장에는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된 실무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거론됐다. 지난해 당시 최 차관은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이었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4차례 관련 회의를 열었다. 최 차관의 설명은 ‘윗선의 지시를 원칙에 따라 처리한 것’이다. 시킨 일을 한 실무적 역할에 그쳤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예산권을 쥐고 있는 만큼 각 부처의 사업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경제 컨트롤타워 위치에 있음에도 사령탑 부재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미세한 풍문에도 동요할 수밖에 없다. 최 차관의 주장처럼 ‘실무적인 역할’이라고 거리를 뒀든, 순수하게 상사의 지시에만 충실했든, ‘최순실’과 조금이라도 겹친 교집합을 떼어내는 데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조카가 국무총리실에 근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 정도는 더 심해진 모양새다. 일손이 손에 쉬 잡히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세종시 한 공무원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만 안타깝다”며 “자신도 모르게 조금의 연결선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것 같다. 해소돼야 될 의혹들이 어서 풀어져 사령탑도 세워지고 관가 분위기도 쇄신됐으면 한다”고 했다.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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