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체질 개선 모두 놓친 건 낡은 제도 때문반복된 실수···변화에 적응 못한 관료도 문제전략·제도 바꿔야 향후 비약적 도약 가능
◇‘방법과 사람’ 고인물이 부른 참사
2015년 7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조선해양플랜트에 친환경·ICT를 융합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울산을 차세대 조선산업의 세계 거점도시로 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 이상의 부실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 시장에 알려졌다. 3개월여가 지난 10월 22일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한진해운에 대해서 정부는 ‘부족자금은 자체 해결하고, 정상화방안 실패 때는 원칙에 따른다’는 굳건한 입장을 유지했고, 결국 한진해운은 침몰했다. 한 경제학자는 “정부가 해운산업의 고용·구조 등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접근해서 ‘정책미스’가 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금도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을 말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들의 줄도산 이후 정부는 수출 중심 성장을 시작한다. GDP 대비 수출비중은 27%에서 최근 46%까지 치솟았다. 미국과 호주는 12.6%, 19.8%이고, 가까운 일본은 15% 정도로 내수비중이 높다. 수출 주도형 국가임에도 최근 글로벌 교역 둔화와 통상환경 변화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지금까지 ‘변화’에 대한 대비와 도전보다 쉬운 성장에 길들여진 탓이다. 그럼에도 견고한 내수 형성이 배제된 정부의 수출 외길 정책은 아직도 멈출 기미가 없다.
이 가운데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내수 활성화에 가장 많이 활용했다. 성장을 자극할 수 있는 검증되고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때 DTI·LTV 완화 등의 부동산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 경험대로 경제급락은 막았지만 불붙던 가계부채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빚부담이 커진 가계에 양극화와 소득정체가 겹치면서 소비여력은 쪼그라들었다.
◇ ‘경제촌극’을 반복하려 하나
‘구조조정 결정은 정부가, 성장은 수출로, 내수는 부동산’이라는 기존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다. 정치논리에 얽매인 구조조정으로는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수 없고, 국내에서 이뤄지는 ‘부의 선순환’이라는 탄탄한 내수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출주도형 성장으로는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글로벌 환경과 시장, 성장방법이 바뀐 만큼 우리나라도 성장전략을 바꿔야 한다”며 “수출은 고부가가치화, 내수는 부의 선순환 고리가 이뤄져야 하고, 산업은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효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혁신에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바뀌지 않는 수출품목은 개도국에 잠식당할 것”이라며 “당연히 수출지향형 성장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구조조정에 정치·정책적 요소를 중심에 놓고 시작하다보니 처음에는 이상적으로 보였지만, 진행 과정에서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풀다보니 꼬이고 꼬여서 문제가 악화된 것”이라며 “구조조정은 각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논리에 맞는 특화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新경제전략으로 미래 대비해야
제도가 개선될수록, 소득불평등이 낮고 개방도가 높을수록 성장률은 높다. 법치, 부패통제 등도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의 제도적 수준·개선의지가 미래 경제성장 경로를 가늠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향후 경제·산업 비전이 우리경제 성장과 미래먹거리 창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점은 기존 경제제도와 부동(不動) 시스템 아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제도개선이 성장세를 강화한다는 명제는 당연히 우리경제에도 적용된다”며 “우리나라 제도의 전반적 수준이 선진국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데, 만약 정부가 독점권이나 면허권을 시장에 맡기지 않거나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배분한다면 사회후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국가경제에 큰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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