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때 잠재적 수혜주로 꼽혀 국민연금 합병 의혹 이후 주가 약세밴드 하단에도 반등 여부 불투명
전일 삼성물산은 전거래일보다 1000원(0.78%) 떨어진 12만7500원으로 장을 마쳤으며, 17일에도 여전히 약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횡령, 위증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범정부적 지원을 청탁하고 430여원의 뇌물공여를 했다고 혐의를 두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안정적 삼성그룹 승계 도구로 삼성물산을 이용, 박 대통령에 뇌물을 공여하고 이에 따른 합병 대가를 받았다는 의견이다.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장 중 2% 이상 하락하는 등 변동성을 나타냈다. 의혹의 시발점인 삼성물산도 12만6500원까지 밀리는 등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는 두 종목 모두 0%에서 1%대의 주가 하락을 보이며 관망세를 유지했지만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삼성물산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에 나섰으며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대량의 매물을 장에 내놓으며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일 외국인이 2000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장에 던지는 등 외인 이탈이 거셌다.
이는 거대 그룹의 실질적 총수 구속을 앞두고 경영 공백과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이탈이 생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코스피 시장 내 2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삼성그룹 약세는 코스피 약세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되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사건의 시발점이 된 만큼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는 1분기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전망과 반도체 메모리 업황 호조 등의 이유로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삼성물산의 주가는 여전히 약세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 삼성물산의 주가를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삼성물산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펀더멘탈 회복과 지배구조 개편 등의 기대감으로 지난 10월 25일 16만95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25% 이상 주가가 감소했다.
현재 삼성물산의 주가 약세에는 지배구조 개편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예측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경우 최대주주가 이재용 부회장(17.1%) 외 오너 일가 미 특수관계인이며, 이들의 지분율은 39%가량이다.
애초 시장에선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해 삼성전자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리, 홀딩스와 삼성물산을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합병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해 합병 삼성물산 → 삼성전자 사업부 →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의 지배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나머지 금융 계열사는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 역할을 해 카드와 자산운용, 화재, 증권 등을 지배하는 것.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11월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지주사 출범 문제를 장기적으로 논의할 것을 밝히면서도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고려하진 않고 있다고 밝히며 주가 내림세가 시작됐다.
펀더멘털 변화 없이 불과 석 달 사이 20% 이상 주가가 내려 현재 PER(주가수익비율)은 7.13배에 불과하다. 동종업계 평균 19.11배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평이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도 평균 18만원으로 현 수준 주가 대비 46%가량 높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 확실시 될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 부회장이 구속 자체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속 즉시 이어질 구 삼성물산 주주의 소송과 더 나아가 합병 취소 가능성 제기 등으로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삼성물산 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가 단기간 주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앞둔 시점에서 컨트롤타워 부재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계열사 대부분이 해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총수 구속이라는 이미지가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조언했다.
한편 특검은 18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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