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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협상 카드는?

[한미 FTA 운명의 날]한국의 협상 카드는?

등록 2017.08.22 11:35

수정 2017.08.22 13:43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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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돌아온 ‘한미 FTA 주역’ 김현종 “당당하게 협상할 것”韓 무기는 ‘객관적 지표’....“경제적 효과 분석 먼저 하자”지식재산권, ISD 문제로 맞대응···무역구제 기회 될 수도미국 내 한미 FTA 폐기 반대 기업 상당···한국 경제단체 ‘지원사격’ 나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서울 개최. 사진=산업통상자원부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서울 개최.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논의할 한국과 미국의 첫 특별공동위원회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공동위에선 상대방의 전략을 파악하기 위한 치열한 탐색전이 치러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FTA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의지를 연거푸 드러내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또한 이날 한미FTA 공동위원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당하게 협상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이에 우리 정부가 이번 재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어떤 대응 전략으로 미국에 맞설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는 김 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영상회의를 통해 큰 틀에서의 의제를 먼저 정리한 후, 양측 고위급 대면회의에서 세부조항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USTR은 지난달 12일 미국의 대(對)한 무역적자를 언급하며 협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 운영상황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미국은 양국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당장 한미FTA 개정 협상 개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FTA 효과 분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자동차와 철강 분야를 한미 간의 대표적인 불균형 산업으로 지목해 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이 분야에서 유독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돼 FTA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비롯해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 대미(對美)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업종은 미국의 전체 수입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들 업종에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는 경기적 요인에 기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 연구와 평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미 FTA가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무역적자의 진정한 원인인지 먼저 따져보자는 것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미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2.6%에서 3.2%로 0.6%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의 한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8.5%에서 10.6%로 2.1%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적자를 보고 있는 서비스 교역에서도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지식재산권, 법률, 금융, 여행 시장 등이 개방되면서 미국의 대한 서비스 무역흑자가 2011년 69억달러에서 2016년 101억달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한미 FTA 체결 당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반덤핑 관세 등 과도한 무역구제도 손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ISD는 우리나라 정부 법제도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사법 주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산 철강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하면서 기업이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에 가장 불리한 정보를 적용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불리한 가용정보(AFA)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FTA에 별도 무역구제 조항을 만들어 반덤핑 관세 강화 움직임에 대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FTA로 대미 수출 증대 등의 이익을 얻는 상황에서 협정을 폐기하면 양국 모두 손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폐기 단계까지 가기보다는 결국 개정 협상에 나서거나 무역적자를 줄일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우리 나라가 미국의 개정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협상이 한국이 적자를 보는 서비스 교역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미국의 무역구제 남용 등의 문제를 개선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4년 만에 부활한 통상교섭본부와 10년만에 돌아온 김현종 본부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로서는 외교부에 내줄 뻔했던 통상기능을 간신히 지켜낸 상황에서 그 책임감이 막중할 수 밖에 없다.

김 본부장은 취임 일성으로 산업부 통상 담당 공무원들에게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예측 가능하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건 협상 상대방뿐”이라며 “전시 지도자와 평시 지도자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한미FTA 협상을 주도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공격적이며 전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미FTA 체결의 산증인인 만큼,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내 한미 FTA 폐기를 반대하는 기업들이 상당한 점도 정부가 강한 입장을 가져가는 데 유리한 부분이다.

한미 FTA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입장을 가진 미국 상공회의소 등 미 재계는 한국 경제단체와 기업들과 손잡고 한미 FTA 장점을 같이 홍보하기로 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미 FTA 연합(KORUS Coalition)’ 프로그램을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 등 재계도 벤치에만 앉아있지 않을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도 영화, 곡물, 축산육류, 양돈 등 한미 FTA에 우호적 발언을 한 미국 각종 협회와 연대해 세미나 개최, 미국 정부 대상 의견서 제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는 10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재계회의를 FTA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는 모두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며 결과는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오후 5시반에 브리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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