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실형 선고로 총수 부재 장기화 국면삼성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 커지는 중AI 업체 인수 무산 되기도···미래 경영 차질 불가피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사장단의 입을 통해 삼성전자가 체감하고 있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IFA2017이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미래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총수 공백 상황을 선단을 이끌고 있는 선단장이 없는 상황과 비교하면서 “나는 한배의 선장을 맡고 있는 셈인데 선단장 부재로 인해 미래에 대한 투자 등에 차질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최근 인공지능(AI) 업체를 인수하려했다가 무산된 경우를 예로 들었다.
IT(정보통신)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후폭풍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윤 사장은 “총수 공백 상황을 외부에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큰 사업 재편이나 M&A를 일개 배의 선장이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이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이유로 위기론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사장의 지적처럼 IT 사업의 흐름이 빠르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것은 기업의 성쇠와 직결된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윤 사장은 “일각에서는 단순히 보고서를 보고 결정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사업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그걸 통해서 앞일을 대비하게 된다”며 “3년 뒤, 5년 뒤에 만들어야 될 비전이나 M&A는 올스톱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는 약 9조원 규모의 하만 인수를 포함해 대형 M&A만 6건을 성사시켰지만 올해는 단 한건의 M&A도 없는 상태다.
앞서 권오현 부회장 역시 참담한 마음과 위기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28일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당부의 말을 전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부회장은 “지금 회사가 처해 있는 대내외 경영 환경은 우리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에는 너무나 엄혹하다”며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구속 된 지난 2월부터 사실상 총수 대행을 맡아 이끌어 왔다. 문재인 대통령 초청 재계 총수들의 만찬자리를 비롯해 정부의 일자리 간담회 등 권 부사장이 참석하며 이 부회장의 공백을 메웠다.
이러한 권 부회장이 ‘사상 초유의 위기’라는 표현을 쓴 것은 경영진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외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특히 미래 경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S&P, 피치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은 삼성전자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지만 장기적인 전망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급변하는 기술 기업의 특성상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결정과 주요 투자계획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도 차질을 빚어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외신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미국 WSJ는 “삼성의 캐시카우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선고는 삼성의 세계적인 평판과 장기전략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나고 TV와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위기는 현실이 될 것이라는 공통된 시각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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