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장 연말까지 ‘자발적 개혁’ 요구SK, 전자투표제 도입···SK케미칼 지주회사 전환LG, 지주회사 밖 계열사 LG상사 지주회사 편입삼성 ‘총수공백’, 현대차 ‘막대한 비용’ 속수무책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경영인과 만나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며 자발적인 재벌 개혁의 데드라인을 올 연말로 못 박았다.
지난 11월에는 롯데가 추가된 5대그룹 경영인들을 만나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구심이 든다”면서 “좀 더 속도감 있게 변화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연말로 꼽은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룹별 사정은 엇갈리고 있다.
이미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SK와 LG는 김 위원장이 주문한 자발적 개혁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의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도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주주친화경영의 사례로 꼽힌다.
10대그룹 지주회사 가운데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또한 SK그룹 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에 이어 SK㈜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함에 따라 모든 계열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 내 소그룹 체제인 SK케미칼은 지난 1일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인 SK케미칼로 갈라졌다. 특히 SK케미칼은 지주회사 전환하며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소각 또는 매각하면서 ‘자사주의 마법’이라는 비판도 비껴갔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도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과의 두 번째 만남 직후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LG상사 지분을 ㈜LG가 인수하면서 지주회사에 편입을 완료했다.
공정위가 지주회사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지주회사 밖 계열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곧바로 이를 시정하는 모범생의 면모를 보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과의 면담을 진행하면서 첫 번째 순서로 LG를 꼽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SK와 LG가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순환출자를 완벽히 해소하지 못한 삼성과 현대차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도 해체되면서 지배구조와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삼성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자칫 재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은 오히려 공정위의 역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위는 2년 전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최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2.1%)를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가 2년 전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것은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것으로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공정위가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가 아니겠는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취임 당시부터 콕 찍었던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어떠한 움직임이든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의 임원인사가 임박한 만큼 인사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4대그룹 외에도 재계 주요 그룹들도 김 위원장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과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현대중공업그룹도 순환출자고리를 끊었다. 효성그룹도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 중이다.
CJ그룹은 지주회사인 ㈜CJ는 대한통운을 흡수합병하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했다. 한진그룹은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했던 자회사 유니컨버스를 대한항공에 증여했고,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S&C의 지분 44%를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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