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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공략 지속가능할까···지역주택조합의 명암

[중견건설 파헤치기-①서희건설 ]틈새 공략 지속가능할까···지역주택조합의 명암

등록 2018.01.17 06:30

수정 2018.05.15 16:21

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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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80% 이상 차지 건설 경기 안타지만 위험 요소·리스크관리가 관건이봉관 회장, 뚝심 경영 통할지 업계 관심 높아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사진=서희건설 제공.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사진=서희건설 제공.

서희건설의 이봉관 회장이 건설업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틈새 공략이다. 현재 서희 사업의 대부분은 ‘지역주택조합사업’이다. 경쟁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전통적인 방식 보다는 안전하지만 ‘잡음’이 많아 모두가 꺼리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뚝심 하나로 이 사업을 밀어부치며 서희를 연매출 1조원 짜리 회사로 키웠다.

틈새 시장은 경영학에서 소위 ‘니치마케팅’이라고 불린다. 시장에서 특정 계층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틈새를 파고들 때는 연령, 소득, 성별, 취향, 습관등을 조사해 적합한 계층에 맞는 전략을 세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니치 마케팅이 힘든 이유는 그 시장이 수익성을 갖추어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꼽자면 만년 2위 기업 딱지를 달고 살았던 펩시다. 펩시는 고민 끝에 기성세대가 아닌 어린 세대들을 공략하자 20년 후 성과가 나타나 매출 1위로 코카콜라를 누르게 됐다. 기성세대에 자리 잡은 선점 기업을 피해서 다른 세대를 겨냥한 틈새시장전략의 예다.

서희건설만의 틈새 시장 전략이 매우 흥미로운 점은 안정적이라는데 있다. 서희건설은 현재 지역주택조합으로 수익성을 확보 중에 있다. 수익성을 극대화를 볼 수 있는 일반 분양 사업 분야보다는 미분양이 적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는 점이 선택이유다.

이봉관 회장은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포스코 공채 2기 출신으로 10년 넘게 일을 하다가 1983년 운송회사를 창업했다. 1994년 서희건설로 사명을 바꾼 뒤 건설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봉관 회장은 서희건설로 건설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틈새시장을 노렸다. 병원, 교회, 학교, 교도소 등 다른 건설사들과는 다른 사업 분야를 노려 내실을 다졌다. 서희건설이 전국에 있는 대규모의 교회들을 시공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봉관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경희대학교 총동문회장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교 선배다. 문 대통령과 친분을 보이기도 했는데 문 대통령이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했을 당시 꽃다발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역주택조합사업에 공을 들인 결과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건설사들은 다소 꺼려하는 사업 분야로 알려져 있다. 사업 특성상 조합원간의 위험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성을 극대화 하기 보다는 잠정적인 수익 구조를 이룰 수 있는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이봉관 회장의 경영 성공비결에는 사업면에서 꼼꼼한 리스크 관리라고 꼽는다. 74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희건설의 사업을 일일이 챙긴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안정성과 위험 요소를 방지를 위해 지역주택사업에서 전체 분양가구의 80% 이상 조합원을 모집한 후에만 착공에 들어간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주택조합사업법에 따르면 조합원이 50% 이상만 모이면 착공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6개월 이상 일정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주택을 짓는 사업을 말한다. 주택법 개정안을 보면 조합원이 조합을 탈퇴할 때도 환급을 청구할 수 있으며 건설사가 조합원을 모집할 때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했다. 무분별한 지역주택조합사업 시행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를 막고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은 다른 건설사들과 비교했을 때 틈새 시장이라고 보고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며 “틈새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먹거리 확보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주택조합사업는 사업 특성상 조합원들과의 마찰 등 위험이 따른다. 사업 자체가 ‘빚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토지 확보, 조합원간의 이해관계 성립 등 마찰로 사업(착공) 지연이 발생,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상당해 여러 소송에 휘말릴거나 구설수 등에 오르는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서희건설은 현재 ‘서희 스타힐스’ 브랜드를 내세워 국내 최다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당연히 사업 단지에서 이해 관계자간 분쟁으로 조합원의 피해가 속출하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성공하려면 추후 사업의 투명성과 부정적인 사업 인식을 바꾸고 조합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관건이다. 서희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서희 GO 집’이라는 정보 플랫폼을 구축했다.

서희건설이 우리나라 건설사 중 지역주택조합사업을 가장 많이 진행중인 회사로 시공중이거나 약정을 맺은 조합주택만 100여 개 단지가 넘는다. 2012년부터 지역주택조합사업 수주에 나선 서희건설은 그 해 2270억원, 2013년 5430억원, 2014년 6470억원으로 수주액이 증가하면서 매출의 10%에 불과했던 지역주택조합사업은 2015년부터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 현재 40%이상 급등, 지난해에는 7년만에 2조원에 육박하는 수주액을 달성했다. 서희건설의 전자공시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7년 상반기 수주액은 작년 상반기(1조5738억원) 보다 39.2% 늘어난 2조191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채무보증잔액이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우려할 수준이지만 지역주택조합과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이 대거 포함해 리스크는 다소 낮은 편이다. 우발적으로 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장기적으로 주택경기의 영향으로 영업실적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조합사업 토지대 브릿지론 및 기타 개발사업 관련해 우발채무 리스크도 배제 할 수 없다.

특히 서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전체 매출에서 국내 건축 부문(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74.27%, 2015년 80.17%, 2016년 81.68%로 집계됐다. 반면, 토목·플랜트·기전 부문의 비중은 2014년 13.17%, 2015년 9.26%, 2016년 6.15%로 매년 감소했다. 더욱이 해외 사업은 2014년 이후 매출이 전무하다. 이에 지역주택조합 사업 시장이 흔들리면 서희건설은 휘청 거리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회에서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주택법 개정안에는 조합원 모집 규정 강화 등을 통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희건설 입장에선 새로운 수익 창구가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상 투명성 제고, 조합원과의 이해관계 성립이 관건이다 착공률, 필지 확보 등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의 지연에서 오는 리스크 관리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속적인 먹거리와 안정적인 수익성면에서 건설사의 사업 전략은 긍정적이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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