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중복할증 사안은 국회 소관” 신중론 구사청와대와 결 달리한 이재명, ‘100% 가산론’ 피력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정책 줄다리기 추측도
청와대와 이재명 시장의 미묘한 신경전은 지난 17일 포착됐다. 이재명 시장은 그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휴일연장노동은 중복할증을 해야 한다. 휴일에 초과노동을 하면 100% 가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의 집에 침입해 도둑질하면 그냥 도둑질보다 더 많이 처벌하는 것처럼 심야초과노동은 100% 가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시장은 계속해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길고, 1시간당 임금은 OECD 평균치의 2/3에 불과하다. 장시간 및 저임금 노동이 일자리를 줄이고 가계소득을 줄여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져 경제의 지속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중복할증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이재명 시장이 언급한 발언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재명 시장의 중복할증 발언은 앞서 거론된 청와대 측 중복할증 발언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명 시장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을 했던 바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권력’이라면 이재명 시장은 ‘미래 권력’인 셈이다. 정치권이 촉각을 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당정청은 지난해 12월 말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비공개 당정청회의를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중복할증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3당 간사 합의안에 따르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하성 정책실장 발언이 ‘청와대 가이드라인’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그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3당 간사는 중복할증 관련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중첩해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다만 이 합의와 관련 ‘200% 지급’ 목소리가 거셌다. 중첩지급은 노동시장에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킴은 물론, 정부가 지향하는 노동존중사회 기조와 거리감이 있다는게 중론이었다. 때문에 이 합의는 보류됐다.
뒷말을 감지한 청와대는 장하성 정책실장 발언을 곧장 수습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그해 12월 말 청와대 SNS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장하성 정책실장 발언 관련) 중복할증 사안은 국회 소관이다. 청와대가 여야 협치에 따라 입법을 하면 여기에 잘 따르겠다는 얘기”라면서 신중론을 펼쳤다.
한편 국회에서 여야는 중복할증을 놓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래서일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이데일리>와의 단독인터뷰 때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중복할증 문제나 특례업종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야당과 협상 중”이라며 “2월 임시국에서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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