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연 금감원부원장이 9일 ‘삼성증권 배당 착오입력에 대한 대응방안’ 백브리핑에서 금융감독원의 입장이라며 밝힌 말이다.
이날 원 부원장은 백브리핑에서 모든 증권사들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 삼성증권에 대한 집중 조사 방침, 주식시장의 매매체결 시스템을 개선 및 관련 제도 개편 추진 계획 등을 밝혔다.
하지만 ‘모든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는 말과는 달리 새로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미 언론과 삼성증권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과 전날 금융위원회가 이미 발표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날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실시되는 금감원의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점검,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 증선위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한 ‘매매제도 개선반’ 구성 및 제도개선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발표한 내용 중 다른 점은 사건 현황이 시간별로 좀 더 자세하게 소개됐다는 것과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와의 면담 일정 정도다.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들이 던진 질문이 그나마 색다른 뉴스였고 그 중에도 “현 수준에서 말할 수 없다”, “검토하겠다” 등의 답변이 절반 가량이었다.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및 감독업무 등을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확립이 목적인 금융감독원이 ‘역대 최악의 금융사고’를 대하는 자세가 금융위원회의 말을 되짚는 ‘앵무새’에 그친 것이다.
금감원이 밝힌 대응 경과를 찾아봐도 주도적으로 움직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사건 당일 10시25분경 삼성증권의 구두보고를 접수한 후 6시경 ‘금융감독원, 삼성증권에 우리사주 배당 오류와 관련해 적극적인 투자자피해구제 요청’ 배포, 동시간 삼성증권의 서면 사고보고를 접수받았다. 8일에도 삼성증권 감사실장 등의 구두보고를 접수하고 3시경 금융위 주재 자본시장 현안점검 회의에 참석한 게 끝이다.
지난 6일 ‘삼성증권 유령주식 거래’ 사태가 발생한 이후 2박 3일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할 금감원이 한 일은 8일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그 다음에한 거 밖에 없다.
특히 토요일인 7일은 이와 관련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억울한 마음에 청와대 신문고를 두드리고 있음에도 꿀같은 ‘불토’를 챙긴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늘 발표한 대응안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에 반응은 “김기식 원장이 ‘해외출장 논란’ 탓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나보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올 정도다.
앞서 김기식 원장은 금감원 정체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두 기관의 역할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더 이상 금융위의 하부조직이 아닌 금융감독기구로서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드렸다.
하지만 김 원장이 진정으로 ‘금융위 하부조직 금감원’이 아니라 ‘자기 색깔을 가진 금감원’이 되려면 ‘삼성 유령주식’ 같이 긴급한 사안에 대해 주체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권의 저승사자’라 불렸던 김 원장이 다시 본연의 모습을 찾아 당시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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