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이후에도 적격자본 비율 100% 넘어단기적 지분 처리 압박 적지만 계획 세워야통합감독법 통과되면 27조 지분 처리 필요
당장 지분을 팔아야 할 위기는 넘겼지만 통합감독과 관련된 입법이 이뤄지면 지분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하는 만큼 이제 서서히 계획의 윤곽을 잡아나가야 할 시점이 됐다.
금융당국은 오는 2일부터 삼성그룹을 비롯한 금융자산 보유 규모 5조원 이상의 7대 복합금융그룹에 대해 1년간 시범적으로 통합감독을 적용한다.
이번 통합감독 모범 규준에는 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 평가 기준이 가장 큰 관건이다. 금융위는 필요자본에 대한 적격자본의 비율이 100%를 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적격자본보다 필요자본이 더 많도록 자본 적정성을 유지·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당국이 내린 평가기준을 적용해 감독대상이 되는 7개 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한 결과 7대 그룹 모두 적격자본의 비율이 100%를 넘지만 규제 적용 이전의 비율보다 이후의 비율이 더 낮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가 공개한 자본 적정성 평가기준을 적용해 산정한 ‘금융그룹별 자본규제 영향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삼성은 자본비율이 2017년 말 현재 328.9%에서 221.2%로 내려갔고 한화는 210.4%에서 152.9%로 내려갔다.
이외에도 교보생명 299.1%→200.7%, 미래에셋 307.3%→150.7%, 현대차 171.8%→127.0%, DB 221.8%→168.7%, 롯데 241.2%→ 176.0% 등으로 감독 대상에 포함되는 모든 기업의 자본비율이 떨어졌다.
다만 자본비율이 100% 이상이기 때문에 당장 자본의 추가 적립이나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한 자본 적립의 의무는 없다.
가장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문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7.92%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의 시가는 지난 29일 코스피 종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23조7051억원이다.
금융위는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필요자본 중 집중위험 여부를 반영하지 않았다. 집중위험이란 금융그룹에 노출된 금융 위험이 특정 분야에 집중될 경우 통상적 수준보다 필요자본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 경우다.
만약 집중위험이 반영된다면 삼성의 자본비율은 규제 이후인 221.2%보다 더 떨어질 수 있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서 자본비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결국 당장의 매각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분 처리에 대한 묘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 온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는 보험업법 개정 등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국회가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하반기부터 추진될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