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회사 없이 OCI·삼광글라스·유니드 독립경영고(故) 이화림 창업주 아들 삼형제 상호 지분 보유이 사장, 숙부들과 지분정리 마쳐야 경영체제 완성
국내 재계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고(故) 이회림 창업주가 설립한 OCI그룹은 1959년 설립된 동양화학(현 OCI)가 모태다.
당시 이회림 창업주는 소다회를 제조하는 기초화학소재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1964년 유니온을 설립했지만 1968년 인천 소다회 공장 준공 이후 일본과 미국의 소다회 제품이 범람, 적자와 재고가 쌓이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당시 유학중이던 장남 고(故) 이수영 명예회장을 불러들여 부자 경영을 시작,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하고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1975년 한불화학, 1980년 한국카리화학(현 유니드), 1991년 동우반도체약품 등을 설립한 이 명예회장은 1994년 삼광유리공업을 인수했다. 이어 2000년 제철화학과 제철유화를 인수하며 고부가가치 화학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1년에는 동양화학과 제철화학, 제철유화가 합병하며 동양제철화학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2009년 사명을 OCI로 또 한번 변경했다.
OCI그룹은 지배구조 정점의 회사를 두지 않는 다소 독특한 구조로 그룹을 지배해왔다. 고 이수영 명예회장과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각각 OCI계열과 삼광글라스 계열, 유니드 계열을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 소수 지분을 나눠가졌지만 서로간 경영에 대한 간섭은 없었다. 이는 이회림 창업주의 바람을 따른 것이다.
OCI그룹 내 지분 변화가 발생한 것은 이우현 사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부터다. 2013년 이 사장이 경영에 나서자 OCI는 보유 중이던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주식 등을 매각하면서 지분을 단순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룹 내 중간사업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던 삼광글라스, 유니드와의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정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유니드는 OCI의 지분 0.42%, 유니온은 2.64%를 보유 중이다. 유니드는 삼광글라스의 지분 6.04%를 손에 쥔 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재계에선 소그룹 간 지분정리를 하지 않는다면 이우현 사장의 완전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우현 사장이 이수영 명예회장의 OCI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과거 이수영 명예회장은 OCI 지분 10.92%를 보유,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당시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의 지분은 이 명예회장의 절반 수준인 각각 5.40%, 5.43%였다.
하지만 이수영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관계는 복잡해졌다. 이우현 회장은 이수영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 받으면서 OCI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난 4월 OCI 보통주 25만7466주를 처분했다. 그 결과 지분율은 기존 6.12%에서 지난달 27일 기준 5.04%로 감소했다. 또한 최대주주도 이우현 외 36인에서 이화영 회장 외 37인으로 변경됐다.
공정거래법상 이우현 사장의 총수 지위는 유지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화영 회장 외 37인이 보유한 OCI 지분 25.16% 중 이우현 사장의 어머니와 동생의 지분은 3분의1 수준인 7.76%에 불과하다.
이화영·이복영 회장이 이수영 회장 사촌동생인 이건영 유니온 회장 등 친척 혹은 계열사 지분으로 경영권을 공격할 경우 이우현 사장은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우현 사장이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숙부들과의 지분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십년간 독립경영을 한데다 경영참여도 없어 의견만 맞는다면 계열분리가 수월하겠지만 이를 위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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