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시절 반대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의 ‘은산(은행자본과 산업자본)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장점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개혁에 힘을 실었다.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감리와 관련해서는 증권선물위원회와 타협한 것이라며 가능한 빨리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원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기환급(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과소 지급액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한 삼성생명, 한화생명에 대한 검사와 관련해 “오해 받을 일은 안 해야 하지만 삼성생명도 한화생명도 우리의 검사업무와 관련된 업무가 굉장히 많다”며 “다른 일로 검사를 나갈 일이 반드시 있을 텐데 그것까지 피하는 건 앞뒤가 안 맞고 조심해야 하지만 할 일은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4분기 부활하는 종합검사의 첫 타깃이 삼성생명이 될 것이란 예상에 대해 “시장 예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정했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분쟁조정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보험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 1위사 삼성생명에 이어 2위사 한화생명까지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삼성생명의 경우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자 사실상 보복성 검사를 추진키로 했다. 지난달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일괄 지급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이후 예정된 정기검사나 종합검사를 활용한 우회 압박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 계획에 대해 “아직은 논의 단계”라면서도 “즉시연금도 그렇고 중요하다 하면 욕을 먹어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논란이 된 즉시연금 약관과 관련해 “우리가 은행에 가서 100만원을 넣으면 이자가 2%다. 그런데 즉시연금은 100만원을 넣으면 약관을 잠시 떠나서 사업비 공제하고 나머지 운용한다는 건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회사가 사람들에게 알려줄 책임이 당연히 있다. 당연히 약관에 명시하고 설명해야 하는데 보험사는 우리 원리라고 당연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약관을 허가한 만큼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심사해서 통과시키는 게 약관의 신뢰도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고 소비자와 관련해 크게 불합리한 것이 있거나 법적인 것과 모순되는 것이 있나 보는 게 약관 심사”라며 “그 부분은 행정소송 해서 심사했다고 해서 보험사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과소 지급 고객들에게 상품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미지급액을 일부 지급키로 했다. 약속한 최저 이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적게 지급한 연금만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법원에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4300억원(5만5000건)이며, 이 중 12분의 1 수준인 약 370억원을 이달 말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즉시연금 과소 지급과 관련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 9일 즉시연금 가입자 B씨에게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결정에 대한 불수용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이 의견서를 통해 즉시연금 미지급액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가입자 1명이지만, 이는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들에게도 일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850억원(2만5000건)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특례법에 힘을 실었다.
윤 원장은 “지금 인터넷은행은 특례법으로 간다. 특례법을 보면 은산분리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면서 산업자본 자격이나 적격성을 규제하고 감독도 강화해 부작용을 예방하는 내용이다”라며 “그렇다면 정부가 원하니 한 번 해봐야 하지 않나. 위험이 생겨도 컨트롤 가능한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확대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발의돼 있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 수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윤 원장의 발언은 고강도 규제개혁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를 주문한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에 한해 IT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학자시절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다 금감원장 취임 이후 찬성으로 돌아선 윤 원장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유지했다.
윤 원장은 “장점은 산업자본을 불러와서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보통신기술(ICT)을 갖고 있는 기업이 기여하도록 하려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증선위와의 힘겨루기 끝에 재감리에 착수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기존 감리조치안 원안에 신뢰를 표시하면서도 타협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원장은 “우리(금감원)는 우리대로 가겠다고 했는데 저쪽(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서는 곤란하다고 해 결국 타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감리는 기존 감리조치안 원안 고수가 아닌 것이냐는 질문에 “2012~2014년 적정성을 다시 보지 않는 게 2015년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입장이다. 그런데 그것만 고수하기 어려우니 이것저것 살펴보고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폭넓게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존 감리조치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 원장은 2015년 이전 회계적정성에 대한 김리조치안을 수정하라는 증선위의 요구를 거부했던 것과 관련해 “그 부분은 장기전으로 갈 것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봤다”며 “내부에 변호사도 많고 회계사도 많아 자문을 구하니까 ‘원안 고수가 옳다’, 특히 법 (전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감리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이 길만 있다고 하다 여기도 저기도 길이 있다고 하니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며 “결론이 2015년 문제에 있다고 포함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는 2015년이 적정하지 못했다, 불필요했다 이렇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가능한 빨리 재감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10~11월 새 감리조치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생각처럼 많은 노동이 필요한 건 아니다”라며 “중간에 뭐가 걸리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가능한 빨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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