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서 재석 191, 찬성 145, 반대, 26 기권 20 ‘가결’채이배 “이미 대기업 집중사회···운동장, 더 기울어질 것”국무회의만 남아···공포 후 3개월 시행, 내년 1월에 될듯
20일 국회 본회의는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법을 상정했다. 국회의원 299인 중 재석 191인이 참여해 찬성 145, 반대, 26 기권 20으로 가결됐다. 앞서 연기를 거듭하면서 밤늦게 진행된 본회의이기 때문에 재석이 적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토론을 건의한 의원들이 많았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ICT(정보통신)에 한정하겠다는 국민과 신뢰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법은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믿음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채이배 의원은 “우리는 이미 문화사회 모든 분야에서 재벌의 쏠림현상이 심하다”며 “이법이 재정되면 이미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저도 인터넷은행을 찬성하지만 이정도로 무의미하고 편법한 법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은행법 시행령은 모법, 다시 말하면 상위법률의 위임범위를 위반하고 있다”며 “따라서 헌법상의 위임법을 넘는 위헌사항이다. 사실상 시행령으로 백지위임했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국회는 왜있나. 이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법”이라고 강조했다.
법사위원장 출신인 박영선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제 기능을 부여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특히 판사출신인 법사위원장께서는 이점을 간과했다”며 “매우 유감이다.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국회 스스로 이러한 권한을 포기하는 모순된 법을 통과시켜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찬성토론도 진행됐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은산분리는 자금이 부족하던 시대에 기업이 부실하면 금융도 부실해지는 걸 막기 위해 만들었다. 지금은 그러나 바뀌었다”며 “인터넷은행법으로 인해 금융산업에서 인터넷은행판 삼성전자,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의 발언에 다른 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잘했다”라고 환호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법은 여야가 각각 발의한 것을 대안한 정무위원장안으로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34%까지 상향시키는 규정을 담고 있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4%(의결권 없이 10%)로 정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반대파는 25%(상장 시 15%)를 주장하기도 했고, 자유한국당은 50%를 주장했다.
이처럼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재벌기업의 사금고화가 우려됐다. ᄄ·라서 재벌기업의 참여를 막기 위한 장치가 주된 쟁점이었다. 민주당과 정부는 대기업집단으로 불리는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을 막고, ICT 기업에 한해 허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차라리 모든 기업에게 규제를 풀어주고 대신 금융위원회가 적격심사를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다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 시행령으로 규정을 정하자는 것이다.
법률에는 ‘경제력 집중에 따른 영향과 ICT(정보통신) 영위 회사의 자산 비중을 고려해 산업자본을 승인한다’는 조항만 뒀다. 자세한 요건은 시행령으로 정하라고 정부에 사실상 위임했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행령이 수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났다.
법안은 대신 금융위가 시행령을 정할 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기업집단내 ICT 자산 비중이 높은 회사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해달라고 부대 의견을 명시했다. 정부가 부대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 됐다.
인터넷은행법 통과는 업계도 관심을 갖고 있다. KT는 자산이 10조원이 넘어서 대기업 제한에 걸린다. 카카오,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도 자산이 10조원에 육박해 조만간 대기업 제한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은 ICT 자산이 50% 비중을 넘어서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되는 기업은 삼성이나 SK,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재벌기업이다. 이들은 자산이 10조원 이상이고 ICT 전문 기업도 아니므로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기 힘들다. 그러나 시행령이 바뀌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3개월 후 시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상 10월에 국무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내년 1월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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