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후 포트폴리오 강화 위한 M&A 공식화 금융계열사 팔아야 하는 롯데그룹과 이해타산 맞아인수 성사 땐 국민카드 제치고 업계 3위로 도약 가능
현행법상 롯데카드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롯데그룹과 지주사 전환에 따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하는 우리금융의 입맛이 맞아떨어져 이미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다.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해 기존 자회사 우리카드와 살림을 합치면 총자산 21조원 규모의 카드업계 ‘빅(Big)3’가 탄생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5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지주는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카드 지분 93.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롯데캐피탈이 4.59%, 부산롯데호텔이 1.02%를 보유 중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을 매입하면서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롯데카드 지분 매각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기정사실화 돼 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롯데지주는 내년 10월까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호텔롯데에 넘기는 등 지주사 밖에 두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 제3자 매각이 더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는 내년 1월 우리은행의 지주사로 전환으로 재출범하는 우리금융이다.
롯데카드 지분을 팔아 공정거래법 위반 차입금을 상환하려는 롯데그룹과 지주사 전환과 함께 비은행부문의 덩치를 키우려는 우리금융은 매력적인 파트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업의 업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시장 신규 진출을 노리는 인수 후보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다른 기업계 카드사의 매각설이 나올 때에도 은행계 카드사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카드사를 자회사로 보유한 다른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은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업계 1위사인 신한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지분 인수에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KB금융지주는 카드사 보다는 생명보험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3위 규모의 KB국민카드 보다는 업계 최하위사인 KB생명의 덩치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해외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 중국 안방보험의 자회사 동양·ABL생명이 유력한 인수 매물이다.
상대적으로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 강화에 관심이 없는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에 따른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최우선으로 카드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우리카드와 롯데카드 내부에서도 직원들 사이에 이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해 우리카드와 합병할 경우 총자산 21조원 규모의 업계 3위사가 탄생하게 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카드(9조1032억원)와 롯데카드(12조240억원)의 총자산 합산액은 21조1272억원이다.
이는 신한카드(27조4939억원), 삼성카드(24조4583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국민카드(18조4953억원), 현대카드(15조6944억원)를 제치고 단숨에 빅3로 도약하게 된다.
또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살림을 합치면 신용카드 회원이 130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카드와 우리카드의 신용카드 회원 수는 각각 589만명, 760만명이다.
우리카드는 롯데카드에 비해 덩치가 작지면 수익성은 더 뛰어나다. 올해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은 우리카드가 676억원, 롯데카드가 546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 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할 때 롯데카드 지분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금융”이라면서도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시 자회사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 평가가 달라져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면 자회사 M&A에 제약이 생겨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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