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서 한국GM 법인분리 책임공방 “8000억원 투입에도 GM 견제 못해” 지적 이동걸 “GM 한국 철수, 아직 예단 어려워” “법인분할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 펼 것”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국GM 연구개발(R&D)법인 설립 계획으로 다시 고개를 든 ‘GM 한국 철수설’에 힘겨운 국정감사를 치렀다.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여야 의원의 거센 공세에도 ‘할 말’은 다 했지만 ‘법인 분할 목적을 예단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아 빈축을 샀다.
22일 이동걸 회장은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GM 신설법인 논란’에 대한 여야 의원의 질의에 “한국GM의 법인 분할에 좋고 나쁨을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R&D법인 설립이 한국 철수 사전포석이라는 노조의 의혹 제기에도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던 기존의 태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발언이다. GM으로부터 법인 분할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아직 전달받지 못해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고 해외 사례를 보면 GM이 법인을 분할한 뒤에도 생산법인을 유지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어 이 회장은 한국GM에 출자하기로 한 8000억원의 공적자금 중 연말 집행하기로 한 나머지 4200억원에 대해서도 “정책적 변화가 생기면 달라질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집행할 계획”이라며 “약속한 자금을 모두 납부하지 않으면 GM과 체결한 기본 계약이 파기된다”고 언급했다. 정부 판단에 따르겠지만 GM으로부터 ‘장기 경영’을 담보 받으려면 출자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이 발언은 곧바로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 우려를 고려하지 않은 채 GM을 두둔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성의없는 답변’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으며 그의 답변이 ‘위증’이라거나 ‘책임 회피’라는 질책도 계속됐다. ‘GM의 대변인 같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산은이 GM의 법인 분할 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자 정치권의 공분은 더욱 커졌다. “지난 4월 협상 말미에 GM 측이 R&D법인 분할 계획을 처음 거론하며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는 이 회장의 말이 화근이 됐다.
그럼에도 국감 내내 이 회장은 한국GM의 법인 분리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찬성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GM으로부터 약속받은 10년 안에 한국GM을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게 중요하지 벌써부터 ‘먹튀’ 여부를 놓고 ‘소모전’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다만 GM의 철수설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어 산은을 향한 외부의 원성도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GM이 과거 호주 등에서 현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도 철수한 전력이 있고 산은과 신설법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19일 주총에서도 한국GM은 2대 주주인 산은이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연구개발 신설법인 설립 안건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산은과 GM이 펼칠 소송전의 향방도 불투명하다.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종 한국GM 부사장은 “인천지법의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에서 보듯 법인 분할 자체가 주주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총 소집과 안건 결의 과정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또 R&D법인 설립은 “철수설과 전혀 연관이 없다”며 “필요하다면 산은과 대화를 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우선 법적 절차를 거쳐 시시비비를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동걸 회장은 “일단 GM 측이 (자료 제출 등)산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법인 분할 과정에서 (비토권 등)주주권이 침해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분할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내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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